책속으로...
이곳에 있는 시들은 절망과 실패,
상처와 고통, 그리고………… 사랑과 이별이 나에게 안겨준 선물이다. 나를 좌절하게 만든 불구의 운명이 없었다면 그저 밥 먹는 벌레에 지나지 않는 시간들을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키워준 모든 불행이 새삼스럽게 고마워진다. 그렇다고 불행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가끔은 게으른 짐승처럼 살고 싶었다. 그리고 시집의 까만 바탕은 우주의 어둠과 내면의 암담함을 상징하고 하얀 글씨로 이루어진 시어들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빛을 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 <시인의
말 > 중에서
<시
한 편 감상>
찢어졌겠지
오후에 무심천 하상 도로를 지나오는데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목련이 터졌다’ 하며
히야, 히야, 연발 하더군
난 깊지 않은 물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에 떠 있는 억새 바람도 보았고,
구름이 빗질하는 하늘도 보았다
찢어졌겠지……
그저 부풀어서 터져버리는 게 꽃이겠어 참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아도…… 이를 악물고 견뎌보려 해도
끝내는 찢어져버리는 게 꽃 아니겠어
꽃도 한때는 억새 바람이었겠지
꽃도 한때는 구름이 빗질해 주는 하늘이었겠지
핀다는 건 얼마나 큰 이별이겠어 피는 만큼 상처도 깊어지지
그래서 꽃들은 고통을 잊으려고
잊어보려고
마구마구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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