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지은이 :

 홍수희

발행처 :

 도서출판 띠앗

쪽   수 :

 144쪽

판   형 :

 시집판<B6>

정   가 :

 5,000원

출판일 :

 2003년 11월 5일

 ISBN :

 89-89558-87-5  03810

 


 이 시집에 대하여

     신앙적 자아와 궁극적 관심                                              

    산다화 꽃의 향기가 바람을 거슬러 고개를 오른다. 잠시 길을 잃을 뻔하다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주춤거리며 다시 비탈에 선 나무들을 밀어 올린다. 때때로 그 꽃의 향기는 바위틈에 이끼처럼 숨죽이며 지나가는 바람의 발길을 낚아챈다.

    시인은 산다화 꽃의 향기를 따라 가지만 어찌나 그 걸음이 빠른지 그만 주저앉고 만다.
    시인은 긴 강둑길 끝에 앉아 몸을 기대는 연초록 바람에게 그 꽃의 향기가 간 길을 물으며 얼른 걸음을 빠르게 옮길 수 있었다.

    여기서 많은 꽃들을 대신하여 말해지는 산다화 꽃의 향기란 다름 아닌 시의 향기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꽃과 연관시켜 홍수희 시인의 제2시집「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장된 깊고 맑은 시의 향기를 찾아보기로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게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이신 당신을
    알아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당신의 사랑을
    사랑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여
    들리지 않는 이여
    만져지지 않는 이여

    믿음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세상 보이는 것엔
    부디 믿음이 필요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전문

    사랑을 지닌 마음은 두 쪽으로 나뉘어진 길을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랫동안 고인 물을 흐르게 할 수 있거나 벽 속 깊이 창을 낼 수도 있고 잿더미 속에서 불씨를 눈뜨게 할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사랑을 지닌 마음은 저무는 길을 밝게 불을 켤 수 있으며, 다리를 놓지 않고도 얼은 강을 건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랑이라는 것은 나뭇가지를 꺾어 자기 곁에 두고 혼자만 보는 게 아니라 가슴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고운 꽃이 피어나길 기다려 그 빛나는 향기와 뜨거운 빛깔을 함께 나누어 갖는 일이 아니겠는가.

    헬렌켈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곱고 아름다운 것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사랑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보이게>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들리게>하며 <만질 수 없는 것을/만질 수 있게>하고 <사랑이신 당신을/알아>보고 <당신의 사랑을/사랑>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문화 신학자 폴․틸리히의 말대로 이 시의 화자는 신앙적 자아를 통해 궁극적 관심의 대상인 신을 가슴으로 만나고 있다. 사랑의 의미는 막연한 관념이 아니다.

    <생략>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따뜻한 말
    나는 알지 못하네


    너와 내가 혼자
    서 있을 때엔
    빙산처럼 차가웠던

    잿빛 슬픔도

    ‘우리’라는 말 앞에선
    봄눈 속의 아지랑이
    없던 용기 불쑥
    솟아오르네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사랑스런
    몸짓 알지 못하네

     아무렴 험한 세상
    거센 비바람에도
    두려울 것 없겠네
    우리 함께 간다면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 그 말이
    너와 내가 노래하며
    다정히 손잡을 때에

    눈부시게 웃으며
    피어난다네
    불꽃보다 뜨거워라
    ‘우리’라는 말

                                                -「우리라는 말은」부분    


    화자는 찻잔이 놓인 풍경 앞에 앉아 있고 싶은 것이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생각한다는 것이/때로는 이 얼마나/쓸쓸한 일이겠습니까>고 반문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물음 속에서 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한 이유로 해서 갖게 되는 <쓸쓸한 일> 마저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런 일>은 없으며 <사람이 사람을/기다리는 것보다/더 따스한 풍경>은 많지 않다는 행간은 그지없이 깊은 내적 풍요를 이룬다.

    여기서 ‘우리’라는 말이 내장하고 있는 사랑의 힘은 아주 깊게 자리잡는다. <너와 내가 혼자/서 있을 때엔/빙산처럼 차가웠던/잿빛 슬픔도// ‘우리’라는 말 앞에선/봄눈 속의 아지랑이/없던 용기 불쑥/솟아오르>는 힘을 누리게 한다. 그러기에 <아무리 험한 세상/거센 비바람에도/두려울 것 없겠네>라는 가정을 내세울 수 있다. 이 ‘우리’라는 말은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너와 내가 노래하며/다정히 손잡을 때> 강한 친화적인 힘을 유발한다.


    혼자 걸으면 힘들고 쉽게 지치지만 여럿이서 더불어 ‘우리’라는 공동 의식을 품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고 가면 아무리 멀고 추운 길이라도 함께 도반이 되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홍 시인이 만들어내는 시의 향기는 아주 깊고 맑다. 이러한 깊고 맑음은, 그러나 우리가 꽃이라고 말할 때의 향기와는 좀 다른 잔잔한 서정적 파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의 향기이다.

    시인은 살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기 위해 살아야 하는 숙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시집을 계기로 홍수희 시인의 전도에 보다 더 빛나는 시적 성취가 주어지리라 굳이 믿으며 큰 기대를 가져 본다.

                                                                                            - 임종상(시인, 문학박사)

      지은이 소개 

    1995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 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이 있으며

    <이육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http://www.haiyan.pe.kr

 * 본 도서는 전국 유명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back

 

도서출판 띠앗
(우:143-200)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의동 243-22
대표전화 : 02-454-0492 | 팩스 : 02-454-0493
 
copyright (C) 1997-2005 ddiat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