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그늘 아래 빈 집

*지은이 : 방 철 호(인항고등학교 교사)

*발행처 : 도서출판 띠앗

*쪽   수 : 224

*판   형 : A5(시집판형) / 반양장본

*정   가 : 7,000원

*출판일 : 2007년 8월 10일

*ISBN   : 978-89-5854-049-6 03810

 시평

삶의 벽, 그 한계를 뛰어넘은 방철호 시의 세계
                             ― 김태일(작가. 풍자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씀
 
방철호 시인의 시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무위자연(無僞自然)”이라 했던가. 여기에는 도(道)가  있고 선(禪)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인간이 가장 뛰어넘을 수 없는 삶의 경계를 너무도 쉽고 초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끈다.
필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방시인의 시를 읽는 동안 자연을 알았고, 노자의 도를 깨우쳤다. 그런가 하면 어린시절의 동화를 꿈꾸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를 너무도 잘 인용한 작품에서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읽는 느낌이었다.
 
방시인의 시세계는 <詩作 노트>에서부터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독자는 시인을 통해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내가 웃는 웃음소리를 듣고 싶소. 내가 우는 울음소리를 듣고 싶소. 모두가 울고 웃는 세상의 소리를 갖고 싶소. 아침에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켜는 꽃의 숨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으오. 그리하여 말하고 싶소. ‘삶은 얼마나 사소한 것이냐고’
―<詩作 노트> 부분
 
자연의 숨소리, 꽃의 숨소리, 인간의 숨소리 등 이 모든 것들이 아우성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더 빛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인간을 “사소한”이란 생경한 단어로 하찮게 여기면서도 휴머니즘으로 승화시켰다.
 
 
무찌르며 무찌르며
生을 건너는 死
死를 명중하는 生
 
온몸으로 박혀서
그래도 피싯 피싯
몸부림치며 머리를 쳐드는
한 알 탄환이게 하라
―<나로 하여금 한 알 탄환이게 하라> 부분
 
그렇다. 인간의 삶이란 죽음과 삶이 함께 공존한다. 사는가 하면 죽음이다. 죽었다하면 살아있다.
작품의 제목과도 같이 인간의 삶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사르는 촛불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루를 살면 그만큼 성큼 죽음으로 다가서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어쩌면 가장 나약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인은 삶과 죽음을 평등하게 하여 함께 어우르게 하면서도 영원히 만날 수 없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의 <개나리 꽃>이란 작품에서는 꽃을 의인화하여 세상을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시인의 마음에서 또 다른 풍요를 맛본다. 그래서 이것이 인간의 삶이려니 하고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풍요한 삶이 전부는 아니다.
 
쳇 쳇 쳇
일꾼들의 몸짓은
너무 느려,
봄 햇살에 자지러져
눈꺼풀 꿰어 차고선.
 
봄의 향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 하면서도 작품 속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해학이 숨어 있다. “쳇 쳇 쳇”이란 수식어에서 세상을 꾸짖는 듯한 풍자적인 요소가 번뜩인다. 그런가하면 마치 자기보다 덩지가 커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려 슬금슬금 뒤꽁무니 치는 아이처럼, 투정하는 꼬마처럼, 아니꼬운 말투가 우리로 하여금 방금이라도 개나리꽃이 만개할 것처럼 살아있다. 봄의 향연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속물>이라는 작품을 만나본다.
 
유방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잔주름이 보드랍게 밀리고 솜털이 송송 난 놈이
내 정신과 육체의 근원에서부터 갈망하는 그 무엇이
떠나지 않는다. 유방, 탐스런 유방, 만지고 싶은 유방
한 입 크게 깨물고 싶은 유방, 단물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 풋 복숭아 같은 유방.
겉껍질이 양피지처럼 야들야들 말랑말랑
젖도 나오지 않는 쓸모는 없지만
항우장사도 맥을 못 추는 유-우-방.
 
남성은 에로티즘을 논할 때 여성의 탐스런 가슴을 떠올린다. 그러나 여성은 분위기로 가슴을 두근거린다. 그래도 사랑을 말한다면 여성의 가슴을 칭송한다. 그 가슴에는 소우주가 담겨 있고 어머니의 미소가 살고, 이별과 사랑이 함께 공존하면서 인간본연의 탐욕 근성이 숨어 있으리라.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기발한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자칫 속된 시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을 “항우장사도 맥을 못 추는 유-우-방”이라고 마무리하면서 고사를 떠올리게 하여 독자를 잠재우고 있다.
<천사의 유혹>에서는 일상의 자유를 권유하고 있다.
 
친구여, 친구여!
우리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좋으니
일탈을 하세. 일탈자의 가슴은
얼마나 싱그러운가. 우리를
심호흡하게 하지 않는가. 진정한
아픔을 주지 않는가. 그의 등 뒤에
얼마나 많은 시선들이 꽂히는가
친구여, 지금부터라도 우리 일탈을 하세
 
시인의 외침에 박수를 보낸다.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는 행복을 가슴에 한가득 품고 산다고 했다. 현대인은 평생 일을 위하여 산다. 하지만 감히 일탈은 생각지도 못한다. 거기에는 포도청이 있기 때문이며, 여우와 토끼를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일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제목은 <천사의 유혹>이라고 지었다. 여기에는 분명한 시인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하겠다. 악마의 반대어가 천사이지 않는가.
 
쉬는 시간 녹차 한잔 들고
등나무 밑 의자에 앉았네
 
<삶에 관한 명상>을 감상해 보자.
차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로만 봐서는 재미없다. 차는 여유요, 새로운 문화이다. 그리고 사람을 풍요롭게 해준다. 차를 마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빽빽한 비좁은 공간, 닭장인생의 시멘트 공간을 떠나서 여유가 느껴진다. 차 한 잔 들고 등나무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 선택받은 그대이다.
방철호 시인의 시는 시작과 끝이 없다. 어디를 읽어도 시작이고 끝이다. 끝인가 싶으면 어느 듯 다시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정치를 탐하면 꾸짖고 있다.
 
선거가 끝난 자리
후보자들의 찢어진 얼굴 조각들
바쁜 행인들의 발길에 밟히며
가을바람 낙엽처럼 구른다
귀퉁이 반쯤 떨어진 채
바람 속을 설렁이는
 
<선거가 끝난 자리>에서는 잔혹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위정자들이 다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선거판, 마치 살아있는 후보자들의 얼굴을 난도질하는 표현에 온몸에 왕 소름이 돋는다. 이러다 진정 우리 <청개구리의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청개구리가 떠내려간 그곳으로
한결같이 머리가 쓸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빨리 장마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결코 본연의 자신을 잃지 않았다.
<청개구리의 나라> 이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소망을 담아 교육자인 시인을 아름답게 꾸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여름이 떠나간 자리에 긴 여운으로 방시인의 메시지가 새삼 허허로운 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방철호 시인의 시를 전체적으로 감상하고 나면 누구라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마치 도심 속의 한 도인이 나타난 것처럼 세상을 신비롭게 꾸미고 있다. 그래서 삭막한 도시 한복판에 맑고 싱그러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시퍼렇게 번뜩이는 죽창처럼 날카로움이 담겨있다. 그래서 마치 어지러운 세상을 올곧게 잡으려고 애쓰는 흔적이 여기저기 잘 나타나 있다.
또 하나는 <청개구리의 나라>라는 작품을 시집 끝장에 담아 시인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교육자인 제 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데 있다.
교육자여, 시인이여 영원하라.
 책속으로...
 
가시나무에선 가시가 나오고
꽃나무에선 꽃이 피고
산새의 몸에선 노래가 나온다는데
 
이름 없는 풀씨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상쾌한
그런 아름다운 시를 쓸 순 없는 것일까
 
세상과 자연의
무슨 이물질처럼 끼어서
 
도시의 한복판에선 농악놀이가 한창이다
콘크리트 바닥에서도 민들레는 피어나던데
 
“참다운”이란 단어가 낡게만 느껴지는
시인이라는 명칭이 부끄러워만 지는데
아무래도 나는 세상을 울리는 아름다운 시를 쓸 수가 없는가 보다
 
         - 본문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중에서
 이 책의 차례
 
시작(詩作) 노트 _ 5
 
1장  나로 하여금 한 알 탄환이게 하라
․선인장 15
․나로 하여금 한 알 탄환이게 하라        16
․가봉찬가(假縫讚歌)     18
․개나리 꽃      20
․더덕북어       22
․숨소리 24
․피리소리       26
․옹달샘 27
․낚시   28
․새벽의 꽃씨    30
․삼월의 눈      32
․담쟁이덩굴     33
․소나무 34
․약한 자의 표정 36
․맹꽁이 소리    38
․백두산 정경    40
․나의 것        42
․곱창 가는 길   44
․봄비   45
․추어탕 가는 길 46
․참매미의 울음소리      48
․봉숭아 손톱    52
․구름   54
․가을의 여백    56
․잎사귀의 거처(居處)    58
․가을하늘       60
․단풍머리 山    62
 
2장  한천몽(寒天夢)
․한천몽(寒天夢) 67
․오뚝이 68
․까치소리       70
․알 수 없다     72
․목련꽃 74
․영상자아(映像自我)     76
․개심사(開心寺) 78
․오월의 나무들  80
․올챙이 82
․군중의 시대    84
․곰팡이 꽃      86
․등산   87
․고인돌 88
․월급쟁이의 휴일        90
․타종   92
․사이버 운세    93
․산천 보세란과의 음모   94
․어머니는 태호를 묻으시고       96
․노자를 읽다가  98
․비둘기의 아침  100
․소년과 컴퓨터  102
․조개   104
․내 노래의 비밀 106
․편 가르기      108
․폐휴지 수집 창고       110
․의미   113
․화장지의 변(辯)        116
3장  그러나 어머니
․속물   121
․그러나 어머니  122
․그늘 아래 빈집 124
․길 없음의 길   126
․꽃잎 진다      128
․부부싸움       129
․장미꽃 1       130
․장미꽃 2       131
․장미꽃 3       133
․장미꽃 4       135
․하교 길        136
․누나   138
․쌍무지개       140
․그대는 142
․여름날 145
․그녀   146
․네가 보고 싶을 때면    148
․수음(手淫)     150
․내 마음의 주소 152
․유치원 행진곡  154
․꽃비 오는 창문 156
․네 곁의 공간   158
․봄비   160
․벚꽃   161
․동동 뜹니다요  162
․사랑이란 말은  166
․봄 편지        167
․부위별 연예세상        168
․사랑하고 싶다  170
 
4장  천사의 유혹
․딸의 이빨      173
․천사의 유혹    174
․삶에 관한 명상 177
․머릿속의 땅벌  178
․강가에서       181
․선거가 끝난 자리       182
․너는 바람이다  184
․파워포인트     187
․전화기가 싫은 날       188
․지갑에 담긴 삶 190
․詩에 바치는 祭文       192
․벚꽃 小考      194
․동화   196
․봄     198
․뱀     200
․술자리 202
․뻥튀기 204
․한밤의 명상    206
․찾은 들에도 봄은 오지 않는가   208
․고향   209
․변태   210
․소래포구       212
․밴댕이 젖      214
․전원 나간 베짱이       216
․잃어버린 언어  218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221
․청개구리의 나라        222

 시인 소개

시인 방철호
1961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났다.
2000년 세기문학으로 신인상 수상
현재, 인항고등학교 교사

* 본 도서는 교보, 영풍문고 등 전국 유명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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