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비나리

*지은이 : 정 용 만

*발행처 : 도서출판 띠앗

*쪽   수 : 143쪽

*판   형 : A5(시집판형) / 반양장본

*정   가 : 7,000원

*출판일 : 2012년 10월 23일   <홈으로 가기>

*ISBN   : 978-89-5854-091-5 03810

 이 책은?
 
시작하면서
 
삶의 본연의 모습은 자연스러움입니다. 이는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삶을 의미하기도 하고 억지로 하지 않는 편안한 삶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색함이 없이 누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않고 분석하지 않으며 이해관계를 떠나는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임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 참다운 삶인 것입니다.
 
이런 자연스러움을 영위하는 세계가 시의 세계라고 봅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시는 시답지 못합니다. 모든 예술 분야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도시 아스팔트 길보다는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한 거친 시골 흙길이 자연스럽습니다. 콘크리트 상자 속에서 정형화된 틀에 맞춘 시를 찾는다면 이미 시의 세계에서 떠난 것입니다.
 
자연의 흙에서 시는 살아야 합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되는 자연스러움은 흙에서 시작해서 흙에서 끝납니다. 흙과 예술은 통합니다. 흙과 자연은 통합니다. 예술은 자연입니다. 시도 자연입니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 상쾌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입니다. 사계절과 동행합니다.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흙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생명력이 소진되어 버린 억울한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연의 흙에서 생명을 느끼면서 시를 키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시는 언제나 한 폭의 그림입니다. 눈앞에만 펼쳐지는 게 아니라 새소리, 개구리 소리 들리고 과일향기, 꽃내음이 감돌아야 합니다. 그리고는 가슴 한켠이 저릿하고 뭔지 모를 감동으로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시에는 자연이 있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너무나 진솔하게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친구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덤덤한 일기처럼 흘러가는 시를 쓰다 보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고향과 못다 한 부모와의 정이 떠오릅니다.
 
시는 전혀 시 같지 않은 사소한 곳에서 싹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치미를 떼고 지나가곤 합니다. 책상 앞에서 펜과 백지를 준비하고 분위기 잡고 시를 쓰려고 할 때도 시는 써지지 않습니다. 시는 상식이 아니라 몸속 깊이 숨겨진 내면을 꺼내는 일이고, 거기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다른 나를 만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시적 영감은 대체로 휴식의 순간에 찾아옵니다. 길을 나서면 애써 무얼 해야겠다는 생각과 의무로부터 해방됩니다. 생각 없이 눈에 닿는 대로 시선을 던지게 됩니다. 방심 상태가 됩니다. 휴식과 방심은 내면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에 직관적, 창조적인 사유가 잘 흘러나오도록 유도를 하는 것입니다. 흔히 시에는 형식과 내용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주제, 운율, 심상, 함축, 비유, 상징 등입니다. 운율의 가락 속에 나머지 모두 고스란히 녹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다 보면 시와 담을 쌓아야 할지 모릅니다. 자연스럽게 형식적인 내용을 담아내면 최고가 되겠지만 최고가 아니라도 읽는 이에게 작은 떨림의 느낌만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는 것입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시, 그런 애매모호한 시는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건 학교에서 단어마다 줄을 긋고 다 해체하며 어렵게 가르쳐서 그렇습니다.
 
시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시는 이과와 문과를 융합한 것입니다. 시를 이해하면 세상의 이치를 빨리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학생이든 예술가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정치하는 사람이든 시는 모두에게 소중한 것입니다. 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다 보니 요즘 우리 주변의 시들이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시가 난해해지면 일종의 시에 대한 자해 현상이라고 봅니다. 시는 메시지와 감동을 통해 인간의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가 어렵게 되어 버리면 이런 기본적인 윤리성마저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시는 마치 노래처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읽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는 사람들의 아픈 구석을 어루만집니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아픔부터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지면서 사람들의 병든 마음을 낫게 합니다. 아니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합니다. 너와 나의 아픔을 자꾸 토닥거리는 것입니다. 시는 제작하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입니다. 주체할 수 없이 시가 쏟아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잠잠할 때도 있습니다. 시는 오는 것이지 찾아가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세상에는 시만큼 쓸모없는 일도 드물지만 시만큼 절박한 일도 없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 살다 보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연과의 격리 속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부를 너무 많이 하게 합니다. 그런데도 진짜로 알아야 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몰라도 되는 것은 많이 알고 있고, 하나를 알아서 하나만 쓰면 100점을 맞는 공부를 합니다. 하나만 쓰는 교육은 사람을 멍청하게 합니다. 외통수 교육으로 사고를 가로막아 버리니 애들이 극단적이 되고 겁나는 일을 함부로 해버리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지 노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노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놀 줄 모르면 살 줄도 모릅니다. 논다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것이고, 공부는 그저 대상일 뿐입니다. 상대가 있다는 것은 나를 상대에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는 안 해도 되는 대상일 뿐입니다. 공부는 조금 적게 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집을 비나리로 하였습니다. 비나리의 의미는 사전적으로 사물의 가락 위에 축원과 고사, 덕담의 내용을 담은 노래를 얹어 부르는 것으로 빌다, 비나이다의 명사형으로 어떤 절대자에게 소원하는 바를 비는 행위를 나타내며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비나리는 고사 소리이며 고사 소리는 흔히 고사반, 고사덕담이라고 하는 별도의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나리라고 하는 것이 순 우리말이고 소리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어서 비나리라고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의미로 비우다의 뜻으로 해석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유인이 되길 희망합니다.
 
실제 비나리 소리를 들어 보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림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온 몸이 저려 옵니다. 이런 비나리 소리를 하시는 분이 풍물 사물놀이를 만드신 이광수 선생님이십니다. 이광수 선생님으로부터 비나리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에 무궁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차례
 
시작하면서 / 4
 
1부 心眼
 
자연의 품속 / 12
산행 / 13
깊은 밤 / 14
희망 사항 / 15
아픈 청춘 / 16
나의 부처 / 18
그리움 / 19
어느 별과의 이별 / 20
탐라도 / 22
괜찮아 / 25
절대 자유의 생명 / 26
종이비행기 / 27
후회 / 28
그대의 풍경이 되리라 / 30
버드나무 인생 / 31
따뜻함 / 32
친구 / 33
토말(土末) / 34
여름 바다 / 35
갯벌 / 36
경포호수의 달 / 37
정동진에서 / 38
호미곶 / 39
수승대의 밤 / 40
회상 / 41
반쪽 / 42
만약에 / 43
괴로움 / 44
흑백 사진 / 45
공간 / 46
미소 / 47
아버지 / 48
그날을 기다리면서 / 49
내 사랑은 / 50
구름 / 51
알 수 없는 일 / 52
혼자라는 외로움 / 53
작은 하늘 / 54
벽 / 55
꿈 / 56
그리움Ⅱ / 57
기다림 / 58
당신 위해 접은 학 / 60
아름다운 영혼 / 61
사랑을 위하여 / 62
사랑의 단계 / 63
풋내음 / 64
권력 / 65
벙어리와 귀머거리 / 66
여유 / 67
낙엽 / 68
설레임 / 70
웃음 빌려 줍니다 / 71
비상하는 봉황이 되소서 / 72
삶 / 74
사랑의 묘약 / 75
봄동 / 76
봄 / 77
#,b / 78
항아리 / 79
 
2부 靈眼
 
길 / 82
봄맞이 / 83
붕어빵 / 84
팽이 돌리는 아이 / 85
집어등(集魚燈) / 86
프레임 / 87
마음이 가벼워질 때 / 88
진리 / 89
꿈Ⅱ / 90
달 / 91
달 보고 짖는 개 / 92
네오 러다이트 / 93
우울한 날에 / 94
내 목소리 / 96
눈 / 97
동행 / 98
산다는 것 / 99
억새풀 / 100
존재 / 101
인생 / 102
자화상 / 103
느림 / 104
어처구니 / 105
사랑 / 106
공수래공수거 / 107
청춘 자화상 / 108
불가능 / 109
이제 됐어 / 110
달팽이 / 111
역설 / 112
일엽편주(一葉片舟) / 113
무소유 / 114
희망 / 115
물길 / 116
참새의 하루 / 117
눈Ⅱ / 118
인간이란 / 119
다 같이 웃자 / 120
공감 / 122
세월 / 123
곡선 / 124
어항 / 125
비나리 / 126
다른 세상 / 127
분별심 / 128
참선 / 129
토끼와 거북이 / 130
나는 밖이다 / 131
줄을 서시오 / 132
선택 / 133
공(空) / 134
어젯밤에 / 135
하늘 문 / 136
둥근 세상 / 137
동백 / 138
고뇌하는 지식인 / 139
까마귀 세상 / 140
싹 / 141
살판나는 세상 / 142
외로운 섬(獨島) / 143
 책속으로...
  
자연의 품속
 
자연의 품속에서 꿈꾸고
자연의 품속에서 살다가
자연의 품속으로 사라진다
 
거부하면 다가가고 싶다
미워하면 사랑하고 싶다
눈물 흘리면 그 눈물 마시고 싶다
 
삶의 시작이었고
삶의 마당이었다
영원한 연인이었다
 
 
 
희망 사항
 
살다 보면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살다 보면 아쉬움도 있고 기쁨도 있다
즐겁다가도 슬픔이 겹쳐지기도 한다
애써 살아보지만 결과는 늘 그렇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 뒤돌아보면서 허전함을 느낀다
 
이 자리가 진실로 나의 자리임을 느끼고 싶다
머물다 떠나는 새의 둥지가 아니라
두고두고 채워 가는 삶의 자리가 되고 싶다
지나온 발자국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돌아가는 시계바늘에 눈길 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자리가 최고의 행복이고 싶다

 시인 소개

시인 정용만
 
·진주여자고등학교 교사
 
시집으로
<차 한 잔의 여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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