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가시꽃

*지은이 : 한 기 주

*발행처 : 도서출판 띠앗

*쪽   수 : 104쪽

*판   형 : A5(시집판형) / 반양장본

*정   가 : 6,000원

*출판일 : 2008년 11월 30일   <홈으로 가기>

*ISBN   : 978-89-5854-059-5 03810

 이 책은?
 
□ 발문
 
자연을 닮은 영혼의 시(詩)가 있는 작품
                                                                ― 김태일(작가·풍자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한기주 시인의 첫 번째 작품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의 발문을 부탁받고 졸필을 지면에 더한  지도 어느덧 6년이 흘렀다.
또 다시 한기주 시인은 필자에게 두 번째 영광을 주었다. 나름대로 사양의 눈빛을 보냈지만 일부러 바쁜 시간을 내서 필자를 찾아와 부탁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에서는 고향의 향수를 부르는 수줍음을 담았다면 이번 두 번째 작품 <가시꽃>에서는 자연을 닮은 인간을 노래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도,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라고 했다. 바로 한기주 시인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꽃을 노래하고
꽃을 그리며
시를 짓는 일은
꽃을 모를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꽃이 되고자 하는 님들의 정원에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을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에 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러면서 수줍게 꽃을 모른다고 하며 시를 짓는다. 자연을 너무도 닮아 겨울의 솔잎 향처럼 신선하다.
시인은 온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마음의 창을 누구보다도 활짝 열어놓았다. 그래서 이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혼자 희생양이 되어 작은 씨앗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첫 장부터 휴머니즘을 노래하고 있다.
 
오르기 힘겨워
버리고 간 욕망들
하나
쌓여,
 
탑이 되었다
<시 ‘용문사 가는 길’ 전문>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그 욕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 인간을 너무도 간결한 시어로 완벽하게 그렸다.
누구나 산을 찾고 신성한 곳을 찾을 때는 속세에 찌든 때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돌을 하나 주워 탑을 쌓으면서 또 다시 간절한 바람을 외치는 게 인간의 자화상이리라.
그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그것은 진정 신(神)만이 관장할 수 있는 문제일까?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넉넉함을 <안양천 오리>를 통해 감상해 본다.
 
안양천 오리는 집이 없어 좋겠네
꼭 돌아가야 할 집이 없어 좋겠네
 
안양천 오리는 날아가 앉는 곳이 집이라
집이 너무 많아 좋겠네
 
안양천 오리는 집이 없어 좋겠네
황금빛 날개 접어야 할
집이 없어 좋겠네
 
시인은 삶에 찌든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서민에게 집이란 평생의 목표이리라. 그런 집이라는 요원한 틀에서 좀더 여유로움을 주는 작품이 독자로 하여금 새로움과 희망으로 충만하게 한다. 집을 노래하면서도 황금빛 날개를 접어야 할 집이 없어 좋겠다고 외치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도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가시꽃>에서는 전혀 다른 환경을 노래하기도 한다.
 
장미는 자신의 이름다움을
몰랐겠으나
사람들의 탐욕스런 눈과 손끝을
경계하여
가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중략>
 
가시도 님을 만나 사랑이 깊으면
꽃으로 피는 법이다.
 
아마도 누군가 필자에게 삶을 묻는다면 한기주 시인의 <가시꽃>을 읽어보라고 말하리라.
끈끈한 인간의 삶이 너무나도 잘 농축되어 있다.  본래 인간은 누구다 다 똑같이 태어났다. 최초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삶이라는 수레바퀴 속에서 돌고 돌다 보니 자신을 보호할 방패가 필요했으리라. 그래서 모든 이가 환경에 따라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을 시인은 너무도 잘 말하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처한 환경에 따라서 장미의 아름다운 꽃만 보는가 하면 몸통이 가시만을 보기도 하리라. 하지만 장미의 아름다운 꽃과 가시에서 우리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쯤에서 꽉 채워진 마음을 비워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민들레 홀씨>에서 시인은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놀라워라!
 
삶의 끝이
가 벼 울 수 있 다 니 …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다. 진정 놀랍다. 아니, 놀랍다기보다는 시인이 노래한 목숨 줄이 이렇게 간결할 수가 있다니…. 마음을 비운 인간은 초연해지는 법이다. 마치 수도승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밀고 댕기고 밟고 위로 올라가려는 인간 군상들을 단 한 소절로 그 맥을 아름답게 끊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작품이다. 민들레 홀씨에 인간의 삶이 담겨져 이리저리 부평초처럼 떠도는 게 우리네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삶에 있어 같은 길은 없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느 누구도 똑같이 밟을 수 없으며
나 또한
어느 누구의 발자국도 똑같이 밟을 수 없다
같은 곳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발자국은 모두 다르다
<‘같은 길은 없다’ 전문>
 
누군가 “인간의 삶은 연습이 없다”고 했다. 현재가 죽음이 될 수도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인간들의 각자의 갈 길이 다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혼자 고독하게 개척의 길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시인은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그의 <친구를 찾습니다>에서는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는 행운의 분위기도 뜻하지 않게 만끽할 수 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피었,
 
단 몇 소절로 끝을 맺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우리는 그동안 저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추억을 찾아 걷는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다 아름답다. 그것은 각자의 삶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머니”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마음 한 켠이 짠하고 횅하다. 한기주 시인의 참 작품은 <어머니의 회초리>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제야 알겠다
그날,
나를 움켜잡은 어머니가 손에 힘을
왜 서서히 풀으셨는지
두서너 대 맞기가 무섭게 나는
냅다 동네로 도망을 치고
해가 저물어
눈치를 살피며 앉은
밥상머리
그날따라 나의 밥그릇에 밥이
왜 그리 수북했는지
― 이제야 알겠다
서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일찌감치 누운 잠자리
꿈을 꾸듯 선잠을 깨우는 손
나직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
종아리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
속에서 울컥 더운 무엇이 올라오고
뒤척이는 척 돌아눕는 등 뒤로
엷은 한숨 소리
이제야 알겠다
어머니의 회초리
 
온갖 실패와 불행을 겪으면서도 인생의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은 대개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위대한 스승이요, 대자연의 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한기주 시인의 시에서 자연을 닮은 어머니의 교훈을 배움으로써 한 인간의 휴머니즘을 논할 수 있다.
이 시는 그의 철학이요, 한 인간의 기록이 될 것이다.
필자 개인으로서도 시인이 6년에 걸쳐 추리고 추린 <가시꽃>의 발문을 쓰면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참(眞) 자아(我)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차례
 
1부
용문사 가는 길 _ 13
팔당대교 _ 14
진눈깨비 _ 16
안양천 오리 _ 17
가시꽃 _ 18
용기 _ 19
까치 마을 _ 20
하산 _ 21
동전 한 닢 _ 22
방파제 _ 23
시계 _ 24
눈 내리면 _ 25
 
2부
절벽 _ 29
민들레 홀씨 _ 30
하늘 _ 31
눈 _ 32
곳 _ 33
용문사 은행나무 _ 34
님을 향한 노래 _ 35
조장(鳥葬) _ 36
고속도로 _ 38
같은 길은 없다 _ 39
없던 자 _ 40
그대와 난 _ 42
 
3부
바다와 나 _ 47
내가 먼저 _ 48
확실한 사실 _ 50
완전한 그대 _ 51
친구를 찾습니다 _ 52
가을 _ 53
타인 _ 54
봄 _ 55
지렁이의 해탈 _ 56
잡초 _ 57
목련 _ 58
산 _ 59
 
4부
장애물 _ 63
비상 _ 64
사랑 _ 65
나무 _ 66
먹구름 _ 67
상상 _ 68
산 중턱에서 _ 69
죽은 나무 _ 70
은행잎 _ 71
염불암 _ 72
길 _ 73
손곡지 _ 74
 
5부
어느 노인의 고백 _ 79
거미의 꿈 _ 80
그곳엔 _ 82
어머니의 해산 _ 84
어머니의 회초리 _ 86
고백 _ 88
벌레의 죽음 _ 90
갈대 _ 91
새 _ 92
변명 _ 93
원죄 _ 94
 
발문 _ 95
 출판사 서평
 
가시도 님을 만나 사랑이 깊으면 꽃으로 피는 법이다
 
삶에 있어 같은 길은 없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느 누구도 똑같이 밟을 수 없으며
나 또한 어느 누구의 발자국도 똑같이 밟을 수 없다
같은 곳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발자국은 모두 다르다
 
꽃을 노래하고
꽃을 그리며
시를 짓는 일은
꽃을 모를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꽃이 되고자 하는 님들의 정원에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속으로...
  
팔당대교
 
강물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흐르고
나는 그 강바닥 깊숙이 발을 묻고 섰다
 
중간 지점,
강물이 흘러온 곳과 흘러간 곳이
아득하다
 
나도 한때는 저 강물처럼
아무런 두려움 없이 흐르던
뛰는 가슴이 있었네
 
가버린 시간은 길었으나 순간으로 남고
오고 있는 시간은 발밑에 강물처럼
빠져나가네
 
퉁퉁 부풀어 감각을 잃어버린 다리를 딛고
찬 서리를 맞고 서 있다
타인
 
화장을 하고 길을 나선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지하철역 수많은 사람들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친다
해가 저물며 서서히 긴장을 푼다
몸은 지쳤으나 성공이다
화장을 지우고 거울 앞에 앉는다
거울 속에 낯선 얼굴
차갑게 돌아선다
 
 
 

 시인 소개

시인 한기주
 
원주 부론면 손곡 출생
시집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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