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저물어 가는 서울의 구석진 그 골목길에서
나 너의 빛바랜 입술을 처음 훔치던 날,
대한의 심장부라 일컫는 강남의 어느 화려한 술집에서
그렇게 저물어 가던 그대의 젖은 눈망울이
왜 그리도 내 가슴에 붉은 생리대처럼
환장하게 꽃피어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요. 우리 지금
출렁이는 삶의 바다에 작은 목판하나 서로 붙잡고
언젠가 우리 아이의 일용한 양식이 될
그대의 부풀어 오른 가슴을 붙잡으며 하염없이
서울이라는 섬에 유배당해 있지만
그대 너무 슬퍼말아요.
나 이 튼튼한 팔뚝으로 나무를 다듬고
나 이 거칠은 손으로 낚시바늘을 만들어
내일은 하늘로 오르는 불빛에 저 늠름하고 싱싱한
상어를 구워줄 것이니, 그대.
내일은 갓 태어난 태양을 다그쳐 이글거리는 불씨를
그대의 가슴에 담고, 내가 돌아오는 저물녘에
해산의 아픔을 쏟으며 꼭 그놈을, 그 번뜩이는 그 녀석을
잉태해주기 바라오. 그러면 나는 그놈을 안고
서울의 밤거리에 봉화를 올리고
허망하게 찢겨진 그대의 처녀막을 위해 진혼제를 올릴 것이요
그러면 그대의 찢겨진 처녀막은 다시 그대의 생명의 텃밭에
마법의 주문처럼 재생될것이요.
그대와 처음으로 입을 맞추던 날.
내 생애 가장 슬프고도 황홀한 날.
그대의 루즈가 내 얼굴 이곳 저곳을 핥고 지나가던
해장국이 보글보글 끓어넘치던 청계천 술집 골목
가끔씩 서울의 버림받은 자식들이 괴성을 쏟아내던 그곳에서
나 그대의 모든 아픔과 과거를 내 속에 삼켜버렸네
우리는 그렇게 날이 저물고 태양이 혀를 내밀때까지 그곳에 있었네
잡놈들처럼 잡년들처럼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거기 있었네.
그곳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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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풍자 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며 우리시대의 모든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봉화가 되길 바랍니다.
강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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