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말
마누라까지 팔아서 하는 노름 “바다이야기”
필자가 어려서 일이다. 방학동안 중국집에서 한 달가량 배달 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당시만 해도 90% 이상이 중국집은 주인이나 주방장, 부 주방장격인 면 뽑는(수타면) 사람도 모두 중국인 화교들로 그들만의 천직이라 할 수 있었다.
하루는 피곤한 몸에 정신없이 자고 아침에 눈을 떠 일을 하려니 주인이 바뀐 게 아닌가?
어제까지 멀쩡하게 카운터에서 돈을 받던 주인이 주방에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이상했다. 당연히 주방장이 카운터에 앉아서 손님을 접대하고 음식을 먹고 나가는 손님들의 음식값을 받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챙기고 있었다.
밤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신입종업원인지라 그들의 행동을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그렇게 한 달이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그저 간간이 몇몇 종업원들(배달, 주방 설거지, 홀서빙, 배달원 등)의 표정에서 음식점이 예전 같지 않는 살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 주인인 주방장의 신경질과 연일 즐거워 입이 찢어지는 전 주방장과의 사이를 시소를 타듯이 대하고 있었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하고 봉급날이다. 주인이었던 주방장은 일을 모두 마치고 앞치마를 깨끗하게 빨아서 주방에 널어놓기가 무섭게 주인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밤새워 마작노름에 열중하였다. 그때서야 상황을 안 나는 우습다기보다 온 몸에 왕소름이 확 돋았다. 개중에는 노름판에서 돈을 모두 잃으면 옆에 자고 있는 마누라까지 담보로 노름을 한다는 중국인들이다. 다음 날 아침에 중국집에 주인이 또 바뀔까?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나는 피곤한 몸을 눕혔다.
그래도 예전 노름에는 이처럼 살벌한 가운데 운치가 있었다. 장가 못간 노총각 주방장은 노름으로 장가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들은 쫄딱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안에서 그저 그렇게 평생 살으리라.
지금은 어떤가. 어리석은 인간들이 기계를 상대로 이겨보겠다고 상품권을 타기 위해서 봉급을 받아서 오락실로 뛰어간다. 어떻게 통계로 조작해 놓은 기계를 이기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답답한 사람들이다. 거기다 계몽해야할 위정자들이 그 노름판에 끼어서 개평을 뜯어내려고 큰손을 벌리고 있으니 이 꼴이 더 한심하다.
더구나 최대 언론사들도 한몫을 챙기려고 가담을 했다는 데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입바른 소리를 내야할 언론들이 노름판에나 뛰어들어 자기 똥 감추려고 보이는 작태는 어찌 해석해야 옳단 말인가. 이 모양이 되도록 방관만 한 책임자들은 이번 기회에 마누라까지 노름으로 모두 잃어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뒤늦게 사태수습(?)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대통령은 또 뭐란 말인가. 총리는 또 뭐고. “대통령은 함부로 사과를 해서는 안된다” 물론 이 일은 “자유당시절”의 일(?)로 필자는 기억한다. 잘 못 말했다가는 혼쭐날 것이 두려워서다. 확실히 자유당 시절의 이야기로 하자(험험, 혼나지 않겠지….)
나라꼴이 엉망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물론 국민의 책임이 더 크다. 그러나 나라를 온통 노름 "바다이야기"로 만든 책임은 분명히 자자손손 그 대를 이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총 빼들고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다. 노름판으로 어리석은 국민을 유혹하여 장소를 제공하고 폐가 망신해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한 죄도 살인이다. 호박꽃도 꽃이고, 멸치도 생선이란 말이다.
두렵지 않은가. 지금도 역사는 천년세세 만고에 길이 남을 사초에 기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아, 한심하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하늘은 공허하기만 하구나.
<풍자문학> 2006년 가을호 <발행인의 말> 중에서
발행인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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