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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꼬마 때 왼손에 모래를 덮고 오른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흙장난을 하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담도 쌓고 집도 지으려고 동네 마당 한쪽에다 모래를 한 리어카 쏟아 부어놓으면 어느새 악동들이 하나둘 모여앉아 두껍이 모래집을 지으려고 야단들이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그럴 때마다 오롯이 두더지 구멍이 생기면서 모래집이 한 채 한 채 쌓여 있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너무도 쉽게 지어지던 그런 집이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결혼하고 가장이 되고부터 집 한 채 장만하겠다고 등골이 빠질 때로 빠지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을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해보지만 어림도 없다. 어느 정도 돈을 벌어서 막상 집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니 가진 돈은 아이들 껌 값 정도로 하락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어가는 돈벌이가 뛰는, 아니 날아가는 집값을 좇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회인이 온갖 방법으로 아무리 발버둥치며 열심히 일을 해서 벌어도 서울에서 개구멍으로 들락거리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게 쉽다. 그래서 현실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해서 집을 장만하려는 꿈을 접고 여가를 즐기 수 있는 자동차부터 사고본다.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에 즐기고 보자는 심사인가(?).
두껍이 집처럼 집은 우리의 삶이 오롯이 담기는 공간이다. 또한 연대의 관계가 엮이고 맺어지는 결절점이다. 집 없이 흔들리는 삶에서 희망이 자라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무엇보다도 가정이 뿌리를 내리고 자손만대의 꿈을 꾸려면 우선 안정된 주거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한국사회는 그렇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란 말인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졸석 행정은 없을 것이다. 장관이란 사람은 사전에 신도시를 발표해서 집값, 땅값에 부채질하며 폭등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집값이 뛸 때마다 새로운 대안을 정부에서 내보지만 강남의 불타고 있은 집값에 기름을 퍼붓는 격이 되고 있다. 그 대안이 신도시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정부의 정책이다. 주변의 신도시 건설을 하면 할수록 그 근처 땅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이 집 장만의 기회는 점점 멀어져간다.
"여자의 가슴"과 "남자의 심볼"은 건들면 건들수록 커지는 법이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건들면 건들수록 더욱 더 악화만 될 뿐이다. 정작 정부의 정책에 발 벗고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할 사람들은 먼 산만 쳐다보고 구경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집을 빼앗아가는 사회구조이다.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땅을 갈아엎으며 사람들을 쪽방과 고시원으로 내모는 사회를 아는가. 적절한 주거비부담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윤과 재산가치에 골몰하며 집을 짓는 사회풍토가 없어져야만 한다.
누구 좀 없소.
두껍이 집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깜짝 정책을 발표할 위인 말이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나는 오늘도 부동산중개소 유리창에 붙어있는 매매물건을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쉰다.
<풍자문학> 2006년 겨울호<통권18호>
발행인의 말 중에서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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