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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춘향이를 구하면 그만이지 향단이의 뺨은 왜 때리나!"
술집 접대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손님은 공사판에서 일하는 막노동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전문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유식한 자들을 꼽는다. 그들이 봉사료에 인색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한 잔 들어갔다 하면 그때부터 행동이 방자해질 뿐만 아니라 손장난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진다는 것이다.
고행에 가까운 힘든 하루를 끝낸 막노동꾼이 술 한 잔 걸치고 길거리 담벼락에 한 발을 들고 배설을 하더라도 속으로 혀를 끌끌 차지만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소위 사회적으로 유식한, 그것도 고상하기 그지없는 인텔리들이 벌이는 행태에 대해서는 할말을 잃어버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촛불들이 모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가 모여 수천수만 개의 촛불이 물결을 이룬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조막만한 어린아이의 손에 들려진 살랑거리는 촛불부터 대학교수, 학생, 의사, 언론인, 예술인, 농사꾼, 위정자, 유모차 행진까지 이곳에 모인 촛불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이런 아름다운 촛불문화에 긍정적인 박수로 보답하면서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촛불은 스스로를 불사르며 세상을 밝힌다는 희생정신의 의미에서 너무도 좋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촛불이요, 나라의 초석이다. 그러나 점잖은 인텔리들의 행진을 보다가 어느 순간 세상은 손사래를 친다.
시청앞 광장이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위대한 성인 간디의 사상처럼 무저항 비폭력으로 누가 봐도 박수를 치며 격려해줄 만한 경건한 시위가 연출된다. 아니, 시위가 아니라 촛불집회를 문화축제로 승화시키는 듯한 양상이 펼쳐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변한 촛불 하나가 활활 타오르면서 선동을 하면 여기저기서 일제히 전경대 버스가 흔들리고 쇠막대기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세상이 손사래를 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평소에는 점잖은 분이 술 한 잔 걸치고 나면 술집 접대부를 대하듯 지저분한 행동으로 끝장을 본다. 그래서 평소에 구멍을 막고 사는 도덕군자들과는 어떤 형태이든 술자리를 같이 할 게 못된다. 휘발유 통을 옆에 끼고 담배를 피우는 일만큼이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무식꾼들이야 시도 때도 없이 배설을 했으니 남아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소위 인텔리라는 자들은 어디에다 대고 함부로 배설할 수 없으니 어쩌다 한잔 들어가면 그동안 쌓였던 오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그 냄새가 진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냄새나는 행동을 하게 한 자들은 또한 누구란 말인가.
촛불의 시위, 무저항 비폭력 등 국민들의 아름다운 행진이 본래의 취지라면 세상은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그 처음의 취지는 어디로 가고 시위를 위한 시위로 변질되어 폭력이 난무한다. 여학생의 머리를 군화발로 짓밟는 전경,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선량한 개인의 얼굴에다 대고 소화기가 뿜어져 나온다. 전경대의 버스에 밧줄을 걸어 흔들어 대고, 물대포로 사람은 날아가고, 여기저기서 피범벅이 되어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전경의 아들을 둔 부모도 시위현장에 동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아들은 부모를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뿜어대고, 부모는 그 아들을 향해 쇠막대기를 휘두른다? 어찌 이런 참담한 비극이….
한동안 흥에 겨워하며 한 잔 걸친 점잖으신 분의 호주머니에서 빳빳한 지폐 몇 장이 접대부의 가슴에 날개를 달고 날아다닌다.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술집 문을 비틀거리며 나간다. 그 등 뒤로 그녀가 씹고 있던 껌이 ‘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찰싹 달라붙는다. 잠시 후 접대부의 상스런 욕지거리와 함께 문이 ‘쾅’ 하고 닫힌다. 접대부와 놀던 자리는 여기저기 아수라장이 되어 마치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한다.
촛불들아, 하루라도 빨리 변사또에게서 춘향이를 구하면 됐지 밖에 있는 향단이의 뺨을 때리고 몸살낼 까닭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은 내 아들이고 부모요, 애인이고 동생이며 형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리라.
하지만 오늘도 변사또는 여전히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한다. 이도령은 이 시급한 상황에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암행어사 출두요!"하고 외칠 날이 언제쯤 올까?
촛불들은 오늘도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춘향이가 옥사에서 풀려나와 이도령과의 극적인 해후를 기다리고 있다.
풍자문학 발행인
김 태 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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