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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혹독한 세상에 평범하게 살아남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특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범함을 가장한 삶이 또한 평범하지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언젠가부터 복잡한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앳된 아가씨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원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인형 같은 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복잡한 거리를 걷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예전에는 나 같은 중늙은이가 지나면 눈치껏 감추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뻣뻣하다. 뭐라고 불러 한 마디 했다가는 부라리는 쌍까풀진 눈총이 따갑게 가슴에 박히고 만다. 한 가닥 희망은 바로 옆으로 평범한 모습의 순정한 아가씨가 다소곳이 지나가고 있다는 데 위안을 받는다. 정의를 위해 불의와 싸우기도 어렵지만 자신이 정의롭게 살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은 이제 거의 진리가 되었다.
10여 년 전, 북적이는 일본의 도심에서 여자 중·고생들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했었는데….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겨울이 삼한사온(三寒四溫), 즉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줄은 알지만 삼년한사년온(三年寒四年溫), 즉 3년 겨울은 춥고 4년은 따뜻한 줄은 알지 못한다. 순환 속에 순환이 있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다.
경제도 그렇다. 보통 삼불황사호황(三不況四好況)의 주기를 탄다. 발행인도 출판사에서 32년을 넘게 밥을 먹다 보니 어설픈 직감이 온다. 지금의 경제가 바로 3년 불황 속에 접어든 ‘드는 삼재’가 아니라 ‘드는 삼불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황도 견디기에 따라서 호황이라는 생각을 해보자. 불황일 때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고 살면 된다.
사회적인 이슈도 마찬가지로 삼한사온이다. 안 좋은 대사건이 3번 정도 찾아들면 4번은 좋은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희망의 소식… 나는 세상사를 그렇게 믿고 있다.
올봄의 슬픈 대사건은 이 혹독한 시대에 “세상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 님의 선종소식이리라. 5일장 마지막 날인 서울 명동성당은 미사 1시간 전부터 추모객들이 몰렸고, 전날 자정까지 가톨릭 국가에서도 드물다는 40만 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했다. 국민의 추모 행렬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었던가. 그만큼 이 시대의 존경받는 큰 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 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보도이다. 특히 북한의 조선중앙 TV에서 군복을 입고 대좌 계급장을 단 총참모부 대변인이 직접 출연해 성명을 발표해 이번 조치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줬다.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공격하겠다는 이와 같은 도발적 발언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놀랄 소식이 한 가지 더 남았다(?).
세 번째 사건은 모두에게 긴장의 끈을 항상 놓지 말라는 의도에서 과제로 남겨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난감한 소식을 뒤로하면 암흑에서 따뜻한 희망의 등불이 오롯이 피어난다. 우리는 그 희망의 소식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사는 것이다. 오로지 특별한 세상을 살기보다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평범하게 사는 게 온 나라가 편안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현대에는 모두들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한다. 옛날에는 노래 한번 부르라면 수줍어서 어쩔 줄을 몰라 몇 번을 무대로 끌어당겨야 가능했고, 어떤 사람은 무대에 끌려와서도 쥐구멍을 찾듯이 도망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오늘날은 안 불러줘서 안단복달이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끼를 발산하며 특별하게 살길 원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담배를 당당하게 피우는 아가씨도 바로 그런 축에 끼는 것이다. 이제는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집이 거대하여 천 칸 넓이라 해도 잠잘 때에는 한 평이면 족하다. 논밭이 만경창파(萬頃蒼波)같이 넓어 곡식이 많더라도 하루에 두 됫박 쌀이면 족하리라. 내 집의 담장이 남과 같이 높지 못하고 내 곳간의 쌀이 남과 같이 많지 못하다고 슬퍼할 것 없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삶의 괴로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 대안은 바로 평범하게 살기이다.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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