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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어, 이 길도 대운하로 통하나?”
정의는 그 자체로도 빛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면서 한 세상을 보내고 나면 어느 순간 정의로운 것이 뭔지 혼돈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정의를 아끼면 불법의 싹이 자란다.
인간이란 싫든 좋든 습관에 쉽게 물들기에 악법에 오랫동안 젖어 있다 보면 그 법이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의는 먼 훗날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을 때 빛나고, 악의는 거리를 뒹구는 하찮은 낙엽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혀 패가망신하기 마련이다.
나라를 말아먹은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했더니 맞장구치는 세력이 이번에는 ‘친북인명사전’이라는 카드로 맞선다. 이 역시 후세에 역사가들이 어떻게 정의를 내릴지 궁금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도 승리자보다 패배한 자들이 더 큰 목소리로 후세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고려 말 요동정벌 때 위화도를 회군한 이성계보다 출병을 주장한 최영 장군이 후세에 귀감이 되고,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보다 굳은 절개를 지킨 성삼문이 심금을 울린다. 또한 이승만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더 빛나는 것은 전형적인 역사적 승리자이기 때문이리라.
“악의가 비록 승리할 수는 있다지만, 정의로운 패배자는 그 맥을 후세에 길이길이 잇는 법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예수는 삼십대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 못 박혀 형장에 끌려 나갔으며, 석가모니 역시 살아생전에는 아무런 권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공자 역시 벼슬 한 자리 얻지 못하고 대륙의 여러 나라를 전전하면서 수십 명의 임금들에게 벼슬을 구걸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그러니 참으로 비참한 패배를 맛보았으리라.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죽고 나서 민중의 등불이요, 신이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죽어서 세배를 받는 것보다 살아서 한 배를 받는 것을 더 중히 여기는 데 말해서 무엇하리요.
현실로 돌아와 보자. 대한민국의 정치는 뱃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강으로 헤매고 있다. 위정자들은 연일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떠들썩하다. 해외에서 경제 핵폭탄이 터져 구멍이 뻥 뚫렸는데도 모두들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그 구멍은 중동 두바이 건설현장의 붕괴조짐이다.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안싸움으로 목소리 높이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결코 허황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명심할 것이 있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맞설 상대가 아니다. 지금까지 자연은 인간에게 베풀기만 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을 야금야금 훼손하면서 스스로 수렁으로 한 발 한 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의로운 자의 편에 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문학도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옛날 청계천 평화시장 헌책방을 열심히 뒤지면서 귀한 책들을 구했었다. 당시에 청계천 4가에서 5가 사이에는 서너 평 남짓한 수십 개의 헌책방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찾는 책이 없으면 첫 집부터 일일이 물어가며 다음 책방으로 옮겨가면서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그렇게 힘들게 찾던 책을 발견하고는 책방 주인에게 책을 들어 보이면서 값을 물었다.
“아저씨, 이 책 얼만가요?”
그러자 책방 주인은 안쪽에다 대고 큰소리로 물었다.
“여보, 이 책 얼마야?”
그러자 어두컴컴한 안쪽에서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 책 5천 원이에요!”
“젊은이! 들었지? 2천 원이래….”
그 주인은 귀를 먹었는지 5천 원짜리 책을 2천 원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웬 횡잰가!’
나는 얼른 2천 원을 지불하고 그 책방을 급하게 나왔다.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모른다.
그 일이 있고 몇 달쯤 지나서 우연히 또 그 서점에서 헌책을 구하게 되었다. 주인아저씨께 책값을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예전과 똑같이 안쪽에서는 만 원이라고 하는데 아저씨는 5천원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5천 원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그 당시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 서점만은 손님이 북적거렸다. 이것도 상술인가?!
“몇 대강 살리기라구?”
“4대강 살리기요!”
“국민 여러분, 들으셨죠? 2대강 살리기라고….”
먼 훗날 과연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나는 오늘 그동안 중무장되었던 콘크리트 벽을 걷어내고 새롭게 조성된 한강변을 달리면서 비지땀을 흘린다.
‘어, 이 길도 대운하로 통하나?’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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