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wnloaded 1008 times : poongja33k.jpg (173087 bytes)
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북한의 마지막 황제"
세상에서 불공평한 것 중에 하나가 제 애비 덕으로 사는 녀석이다. 제 애비가 축적한 재산 덕분에 호위호식하며 평생을 돈 걱정 없이 사는 위인이 남한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제 애비가 장악한 권력 덕분에 제 아들에게까지 그대로 물려주는 현대판 왕권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괴상망측한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이 어디 조선시대란 말인가. 옛말에 권세나 영화는 쉬 없어지고 만다고 비유하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이런 지경까지 되었을까?
한 사람의 폭력은 멍청하게 얻어터진 한 사람으로 끝나고 두 사람의 비리는 다른 쪽 두 사람의 피해로 끝난다. 그러나 어긋난 권력 구도와 뒤틀린 세상 가치관은 매우 합법적으로 서서히 점잖게 애무하듯 국민의 목을 조르는 격으로 수많은 사람을 짓밟고 요절낸다. 지극히 평화적인 폭력이고 만성적인 살상이다.
몇 마리의 비둘기가 오랫동안 한 마리의 독수리에게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항상 경계하면서 비둘기장에서 멀리 가지 않고 있어서 그럭저럭 운 좋게 독수리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공격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서 독수리가 계략을 쓰기로 했다.
“왜 너희들은 이런 불안한 생활을 하지? 만약 나를 너희들의 임금으로 삼기만 하면 너희들을 안전하게 보살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비둘기들은 독수리의 말을 듣고 그를 임금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일단 임금 자리에 앉자마자 곧 권력을 마구 휘둘렀고, 하루에 한 마리씩 비둘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잡아먹힐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비둘기가 말했다.
“내가 이렇게 잡아먹히는 것도 당연한 보답입니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정권을 잡은 지도 어언 60년이 지났다. 그런데 각 대에서 30년씩을 꼬박 채우고도 모자라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을 대장으로 전격 등극시켰다. 김일성 한 사람으로 끝날 줄 알았던 폭정이 김정일로 이어졌고 이제는 3대 세습으로 그 손자에게까지 권력을 이양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김정은의 살찐 얼굴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의 굶주린 인민들을 생각하면서 비둘기들의 우화가 떠올랐다.
인간이 사는 지구가 둥글어서 그런지 세상의 역사 또한 100년을 주기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100년 전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 즉위년인 1907년, 중국에서는 손문 등의 한족 중국혁명동맹회가 결성되었으나 청군에 의해 와해되었으며,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한편 영국은 뉴질랜드에 자치령을 공포했다.
순종 1년인 1908년, 청나라의 광서제와 서태후가 죽었고, 광무제의 조카 부의가 3세의 어린 나이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순종 2년인 1909년, 미국과 콜롬비아 간의 협약이 조인되어 남미의 콜롬비아와 파나마가 독립을 쟁취했으며, 중국 상하이에서는 제2회 아편금지 국제회의가 열렸다. 순종 3년인 1910년, 프랑스가 콩고와 아프리카 적도지역을 식민지화하였고, 한편 이 해에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출판됐고 대문호 톨스토이가 사망했다.
그 후 100년이 지나 2010년, 북쪽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구도를 열었다. 중국의 부의가 3세 때 황제 자리에 올라 비운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듯이 북한 또한 그 수순을 그대로 걷고 있는 듯하다.
세상사는 흐르는 물과 같다. 오늘의 변화가 내일의 기회일 수도 있다. 북한의 김정일이 김일성을 만나러 가는 날짜를 받아 놓은 것이 분명하기에 이런 마지막 황제의 길을 택한 것이리라.
아이쿠, 또 독수리의 식사시간이 되었단 말인가?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