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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부정한 평화일지라도 옳은 전쟁보다는 낫다.”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그동안 북쪽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가. 개성공단, 금강산 여행, 이산가족상봉이다 뭐다 하며 물 쓰듯 퍼다 주면서 금방이라도 평화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지 않은가. 통치자들까지 왕래하면서 진한 포옹을 한 게 엊그제였다. 그런데 선량한 백성에게 날벼락을 때리다니 이게 어디 형제들이 할 짓이란 말인가. 도대체 제정신이란 말인가. 이 행위는 실로 하늘이 통탄할 일이다.
평화로운 섬마을 연평도, 어느 날 오후 2시 30분경에 북한이 대한민국의 대연평도를 향해 170여 발을 포격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민국 국군도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 사건으로 연평도에서 복무하던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이 세상을 달리했다. 거기다 민간인 3명과 해병대원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주택 수십 채가 대파되거나 불길에 휩싸였다. 차량과 컨테이너 박스도 여러 채 파괴되었으며 산불까지 발생했다. 이런 생지옥도 없었다.
“육지에 나와 보니 참 섭섭해. 육지 사람들은 우리 일을 남 일이라고 생각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데 별나다며 눈 흘기는 육지 사람들 때문에 몸이 부르르 떨려…”, “도무지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 섬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내 고향인데 왜 들어가서 살기를 바라지 않겠나?”
연평도 주민들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평화롭게 살던 가족들이 졸지에 찜질방 신세를 지며 불편을 감수하면서 불안에 떠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다.
현장에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살 떨리는 죽음의 분위기를 겪어봐야 안다. 연평도 주민들이 오죽했으면 평생을 살던 고향을 등지려고 했겠는가. 전쟁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참혹함을 알 길이 없다.
연평도 도민이 육지에 피난 와 살면서 섭섭한 게 어디 한두 가지였겠는가. 사람은 제 입장에서만 보기 때문에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입장에 따라서 진리도 바뀌고 논리도 바뀌기 마련이다.
비 오는 날에 우산을 파는 녀석은 웃고 짚신을 파는 녀석은 우는 꼴이 어디 사람 사는 곳에만 적용이 되겠는가. 어떠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고도 제 입장에서 보는 시각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니 진리는 입장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리라.
여당은 북한에서 대응을 하더라도 훈련은 계속하겠다고 난리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야당은 훈련을 중지해 전쟁의 불씨를 꺼야 한다고 거리로 나와 깃발을 들었다. 과연 어디가 옳고 그르단 말인가?
밥 한 그릇을 놓고 사나운 개와 순한 개가 싸울 때는 양쪽 다 발길로 차서는 안 된다. 설령 양쪽이 다 나쁘다고 할지라도 발로 차려면 사나운 개를 먼저 차야 한다. 순한 개는 얻어맞고도 못 먹지만 사나운 개는 얻어터지면서도 막무가내로 먹기 때문이다. 강한 쪽을 두들겨 패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죄가 되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이겠는가.
작은 자존심으로 이 땅에 한국전쟁과 같은 참상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한다. 필자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간접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전쟁 통에 먹을 게 없어 콩껍질을 삶아먹기도 하고, 산에 소나무 내피를 벗겨 삶아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단다. 어쩌다 재수가 좋으면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꿀꿀이죽(음식물 찌꺼기)을 사먹고 연명하면서 악마의 포식을 견뎠다고 한다. 꿀꿀이죽을 사먹으면서 소시지가 통째로 들어있는 것을 건지는 날은 온 가족들이 운수 대통하는 날이지만 이쑤시개나 기타 이물질이 들어있는 날은 기분이 꿀꿀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시 전쟁의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한국전쟁 60돌이 되었지만 한반도 긴장은 여전하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의 동맹과 북한과 중국의 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군기지가 확장되고 군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군사연습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위협과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훈련이 계속된다면 연평도 사건보다도 더 강력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전쟁은 언제나 악인보다 선량한 사람을 학살한다. 그러나 국가는 군대를 억지로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므로 억지로 전쟁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전쟁은 모든 악의 어머니요, 모든 인류 죄악의 총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쟁은 지옥의 귀신이라 했다. 이렇듯 전쟁의 악한 표현은 끝이 없다. 인류가 전쟁의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결국 전쟁이 인류에게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전쟁은 통치자들의 거래라고도 할 수 있다. 나라와 나라 간의 다툼은 나라를 대표하는 왕초들의 싸움이며 또한 그들의 자존심의 극치가 아닌가. 거기서 애매하게 등 터지는 게 힘없는 국민이다.
인간은 자신의 배부름으로 인해 전쟁의 잔혹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먼 역사를 들춰내지 않아도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만 해도 전쟁을 시작함과 동시에 지옥의 문이 열렸다. 국민은 기아에 허덕이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또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듯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정한 평화일지라도 옳은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전쟁의 도화선을 제공한 위정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온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통일이지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은 아니리라.
“어라? 우리집 주방에도 보온병 탄피가 여러 개네!”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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