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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문학> 발행인의 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그리고 내가 안다!”
참는 데도 끝이 있고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개과천선에 특효이다. 미친개들은 훗날을 생각지 않고 당장 입맛에 달다고 쥐약 받아먹고 오리발이다. 그러다 사돈에 팔촌까지 줄줄이 오랏줄로 묶였으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그들은 정녕 몰랐단 말인가. 이 세상에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덮고 또 덮어도 비리는 언젠가 밝혀진다. 인간을 비추는 유일한 빛이 이성이라면 어두운 삶의 길을 찾아주는 유일한 지팡이는 바로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심은 항상 침묵의 형태로 말한다. 양심은 찬란한 빛이다. 그러나 한번 터진 양심은 그 끝 간 곳을 모르게 된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잇달아 속속 불거져 나오는 저축은행 비리, 이것은 분명히 국민을 우롱한 대역죄로 능지처참을 시켜도 시원찮다. 여기서 흘러나온 검은 돈은 바로 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다. 힘없고 선량한 촌로들이 평생 동안 아껴 모은 돈을 잘 보관해 달라고 맡겼더니 도둑놈들에게 열쇠를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국민을 위해 금융기관을 감시하라고 금감원이라는 번쩍거리는 황금감투 자리에 앉혔더니, 야비하게 놈들하고 짜고 고스톱을 치지를 않나, 참으로 나라에 반역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진정으로 더 웃기는 행태는 까닥하면 자살로 죄를 갚으려 든다는 것이다. 양심불량도 그런 양심불량이 없다. 얼마나 치졸하고 못난 행동인가. 죄를 졌으면 떳떳하게 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거늘….
당사자들이 죽어 버리면 서민들의 돈은 영원히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당사자 하나 죽는다고 그냥 덮어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부정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법부는 위아래 눈치 보지 말고 죄의 진상을 반드시 가려야 한다. 금융계에 부정이 벌어지면 그것은 저축은행에 대한 비리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국가의 존폐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한 죄를 짓고 목숨을 버리면 저승에 가서도 죄를 물을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돈 때문에 인간의 소중한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 사회가 과연 제정신이란 말인가.
로비나 청탁의 대가로 검은 돈을 넙죽 받아먹고 딱 한번 눈감아 주려다가 영원히 눈 감은 자가 어디 한둘이란 말인가. 어리석은 게 인간이라 했다. 스스로 목숨 끊을 짓을 하면서까지 돈에 연연하는 게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돈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니 거기에 엮인 조기들이 줄줄이 꿰여 올라오기 마련이다. 어미조기, 새끼조기 등 여기저기서 비리의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금융감독원은 백과사전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이며, 주요 활동 업무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이라고 되어 있다. 1999년 1월 2일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설립되었다. 금융감독위원회 및 증권선물위원회의 집행기구로서 종전의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하여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기구이다.
주요 활동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각종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하여 검사하고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저축은행의 전신은 바로 ‘상호신용금고’이다. 이는 사채를 양성화하기 위해 만든 금융기관이다. 그래서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고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를 ‘저축은행’이라고 이름을 바꾸니 보통사람들은 ‘예금 이자율이 높고 부도가 날 일이 없는 시중은행’으로 착각한 것이리라.
정작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졌지만 대책 없는 금융 당국이나 정치권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서로 등 떠밀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단 말인가. 하늘에 구름이 흐르는 것은 나름의 바람이 길을 만들어 주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지 어느 놈 하나 깨끗한 인물이 없으니, 진정 청백리라는 말은 이미 전설이 되었단 말인가.
이웃 나라 중국에 양진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관서 사람으로 학식이 풍부하고 청렴결백해 ‘관서의 공자’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가 태수로 임명을 받고 부임지로 가던 중 한 마을에서 묵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늦은 저녁에 그 고을 현감인 왕밀이 태수를 찾아왔다. 왕밀은 양진 태수가 다른 곳에서 벼슬자리에 있을 때 그의 학식을 높이 평가하고 관리로 채용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의 이야기꽃을 한창 피우다 왕밀이 황금덩이를 꺼내어 양진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그러자 양진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금세 온화한 얼굴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그대를 옛날 지인으로서 학식도 그대의 인품도 기억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렸단 말인가?”
“아닙니다. 이것은 뇌물이 아니고 제가 어려웠던 시절에 돌봐주신 은혜를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아, 그런가. 이것은 도로 넣어 두게. 자네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다면 나라를 위하여 전력을 더하는 게 나에 대한 보답이 될 걸세.”
그러나 왕밀은 쉽게 물러서질 않았다.
“이 방에는 저와 태수님 둘뿐입니다. 어서 넣어 두십시오.”
그러자 양진은 화가 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당치도 않은 말일세. 천지天知, 지지地知, 여지汝知, 아지我知라고 했네. 먼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그리고 내가 알고 있네.”
이 말에 왕밀은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황급히 물러났다. 그 후 양진은 더욱 청렴결백하여 최고의 관리까지 올랐다.
지금의 우리 경제를 누가 살렸는가. 목숨 바쳐 베트남 전사로, 독일의 광부로, 거대한 백인의 시체 몸통을 닦아주던 간호사를 수출하여 번 돈이다. 또한 구로공단의 근면 성실한 공돌이 공순이가 살렸다. 그런 신성한 돈을 한입에 꿀꺽하는 놈이 따로 있었다니, 국민은 정작 재주 부리는 곰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왕서방, 나 지금 재주 부렸다!’
‘이런, 고민일세! 입장료 받아서 어느 은행에 맡기지?’
풍자문학 발행인
김태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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