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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여, 사람의 말을 믿어야지 어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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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여, 사람의 말을 믿어야지 어찌 짐승의 소리를 믿는가?”


격렬한 주장은 이유가 빈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긴다”라는 말은 진정으로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아니라 억지를 쓰더라도 자기가 옳다고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비단 위정자에게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서로의 대립은 자기주장을 펴기 위한 닭싸움이다.
나라 안팎이 너무도 어수선하다. 청와대 1급 문건이 찌라시로 돌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세계적인 망신거리이다. 그래서 국민은 심심할 사이가 없다. 아니, 불안하다고 해야 하나? 누굴 믿는단 말인가?
한쪽에서 북을 치면 언론은 꽹과리를 치며 남사당패 사물놀이를 하고,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간다. 한 언론의 불씨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국민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도대체 사람이 하는 말인지 짐승의 울음소리인지 이제는 헷갈린다.

우리 주위에 소견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이는 드물다. 귀가 둘이고 입은 하나인데, 이러한 조물주의 섭리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믿음을 줄 수 있는 말인가가 화두이다. 현재의 정국은 다음의 우화와 너무도 닮은꼴이다.

어느 마을에 박씨와 조씨가 살고 있었다. 박씨 집에는 황소가 있었고 조씨 집에는 수레가 있었다. 둘은 사이가 좋았다. 박씨는 종종 조씨 집에서 수레를 빌려 황소를 매달아 밭을 갈거나 짐을 나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씨는 상냥한 얼굴로 박씨에게 군소리 없이 선뜻 수레를 빌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씨가 박씨 집을 찾아왔다.
“여보게, 자네 황소를 잠시 빌려줄 수 있겠나? 추수한 곡식을 장에 내다팔아야 해서 말일세.”
그런데 조씨의 말을 들은 박씨는 갑자기 자기 집의 황소를 빌려주기가 싫어졌다. 그렇다고 평소에 조씨에게 수레를 빌려 쓴 처지라 딱 잘라서 거절하기도 뭐했다. 박씨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말했다.
“아무렴, 빌려줘야지. 그런데 말일세, 지금 소가 없네. 이웃 동네에 밭을 갈러 갔다네. 이를 어쩌지?”

그런데 이때 마침 뒤쪽 외양간에서 “움메~ ”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황소 울음소리를 들은 조씨는 박씨가 너무도 괘씸했다. 그는 너무도 화가 치밀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소리를 높였다.
“박가, 이놈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버젓이 외양간에서 저렇게 황소가 큰소리로 울고 있는데, 거짓말을 해도 유분수지. 이제부터 우리 집 수레를 빌려주지 않을 테다. 뻔뻔스런 놈 같으니라고…. 에잇, 상종 못할 놈일세!”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박씨는 미안해하기는커녕 의기양양해서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야, 이 사람아! 자네야말로 그러는 게 아냐. 내가 지금 없다면 없는 거지, 황소가 울었다고 그걸 가지고 야단이야?”
조씨는 너무도 기가 막혀 반문했다.
“지금 뭐라고 그러는 게야? 집에 없다는 소가 버젓이 외양간에서 울고 있는데 오리발을 내밀고 끝까지 큰소리를 쳐?”
그러자 박씨가 더욱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야, 이놈 조가야! 아무리 황소가 울었다고 해도 너는 어찌 사람 말을 안 믿고 짐승소리를 믿는단 말이야. 이래가지고서야 한 마을에서 함께 살 수 있겠어? 내가 없다면 없는 거야, 알겠어? 사람 말을 믿어야지!”

법 망치를 두드린다면 ‘인간이냐? 비인간이냐?’라는 말이 될 것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 이런 억지수작이 어찌 박씨 조씨의 황소싸움뿐이겠는가? 문고리 3인방이니, 환관정치니, 십상시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비약을 해도 이처럼 망국의 정치에다 비약을 한단 말인가. 이런 말은 씨가 되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여기서 잠시 십상시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 대륙 한(漢)나라 영제(靈帝) 때 일이다. 10명의 환관(宦官)이 있었는데, 그들은 장양(張讓)·조충(趙忠)·하운(夏惲)·곽승(郭勝)·손장(孫璋)·필남(畢嵐)·율숭(栗嵩)·단규(段珪)·고망(高望)·장공(張恭)·한리(韓悝) 등을 가리킨다.

건녕 원년(168)에 영제는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다. 너무도 어린 황제는 전혀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없었다. 그러므로 10명의 환관, 즉 십상시는 영제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주색에 빠지게끔 만들었다. 먼저 하진(何進)은 그의 누이를 바쳤다. 세월이 흘러 황제가 장성한 뒤에도 십상시의 농간에 놀아나느라 정치를 돌보지 않았고, 결국 정국은 혼란스러워졌다.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장각(張角)이 이끄는 황건적의 세력이 가장 컸는데 황건적의 난이 평정되자, 그 공으로 십상시는 모두 열후(列侯)에 봉해졌다. 타는 불에 기름을 붓듯이 이들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더욱 극성을 떠는 십상시는 심지어 마음대로 천자의 칙명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하진은 누이의 세력을 등에 업고 십상시와 권력을 다투게 되었다.

하진이 제후(諸侯)들을 불러 모아 십상시를 제거하려 하다 오히려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에 장수 원소와 조조(曺操) 등이 대궐로 들어가 십상시를 비롯한 환관들을 모두 죽였으나 나라의 중추(中樞)가 무너져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서량(西涼)의 호족(豪族) 동탁(董卓)이 영제의 아들인 황제 변(辯)을 앞세우고 입성하여 궁정의 세력을 장악하며 횡포를 부리자, 지방 호족들이 분격하고 이에 군웅할거(群雄割據)의 대 전란이 시작되었다.
역사서《후한서(後漢書)》에는 십상시들이 많은 봉토를 거느렸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그 위세가 가히 대단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그들의 곁에서 교육된 영제는 십상시의 수장인 장양(張讓)을 아버지, 부수장인 조충(趙忠)을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후한서》에 등장하는 십상시는 12명이고,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십상시는 10명으로, 그들의 이름과 숫자가 조금 다르다.
이번 사태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 같다. 나라의 기둥을 뒤흔드는 막중한 사안이므로 이번 고비를 슬기롭게 넘겼으면 한다. 오래 끌면 끌수록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사건이다. 설령 십상시라는 말이 사실이라도 과감하게 덮어주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망국의 대명사인 이 ‘십상시’라는 말을 끄집어낸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비유를 해도 망국에다 비유를 하다니….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끝까지 믿어 보자, 사람의 말을! 황소가 외양간에서 울어도 없다면 없는 것이다. 개가 짖어도 개집에 개가 없다면 없는 것이여!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그럽시다. 우리 같이 갑시다!”
“국민은 모자라서 불만스러운 게 아니라..."
2015/01/22 06:44:47 from 219.251.3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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