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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도 때에 따라서 듣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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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도 때에 따라서 듣기가 좋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진정 우리 사회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 절절이 다가온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혼자 세상에 나왔으니 세상살이가 혼자인 것은 맞다. 그런데 혼자보다는 여럿이 좋다. 매도 혼자 맞는 것보다 여럿이 맞는 게 위안이 되는 법이다.

몇 달 전 탄핵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에 갔다. 집회 장소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집회참가자들로 시끌벅적했다. 지인들, 동문회, 가족 동반, 각종 모임 등에서 함께 참가한 사람들의 손에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혼자 온 나는 어디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이방인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발길을 돌리려고 하였다. 그때 멀리서 깃발 하나를 발견했다. 그 깃발에는 ‘혼자 온 사람들’이 적혀 있다. 혼자 집회에 온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듯싶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 사람씩 모여 족히 수백 명은 된 듯했다. 작은 혼자가 뭉쳐 수백 명의 큰 힘이 되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모르는 사이였는데 깃발 아래 모이는 순간 오래된 지인이라도 된 듯 모두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요즘 유행어 중 혼족, 혼밥, 혼술이 가장 핫하다고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즐기고, 혼자 산다. 결혼도 안 한다(?). 대통령도 혼자 산다(?). 하지만 이 유행어가 현실이 된다면 결코 우리 사회는 행복하지 않다. 혼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고독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가난해서 배가 고플지라도 형수에게 밥주걱으로 뺨을 맞은 가족 많은 흥부가 그래도 행복하다.

모든 것이 포화 상태이다. 사회는 고학력 실업자들로 넘쳐난다. 모든 것을 조밀한 틀에 맞춰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아 발생한 폐단이다. 틈이 있어야 끼어 들 자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각자가 너무 잘나고 똑똑하다. 그래서 요즘은 모두가 혼자다. 함께할 스승도 없다. 모르는 것은 스마트 폰에 검색하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스마트 폰이 사람을 혼자 있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미 세상은 어른을 위한, 아니 스승을 위한 물음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 배 속에서 나와 걸음마를 하고 말을 하게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가락만 잘 누르면 마침표를 찍을 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옆지기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스마트 폰이 옆지기를 대신하고 있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도 마주 앉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도란도란 흐르던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혼자이다 보니 소통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불통이었나 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스승에게 여쭈었다.
“통치란 무엇입니까?”
스승인 공자가 답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강한 군대를 만들고, 그리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여쭈었다.
“만일 버려야 한다면, 그중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군대다”라고 스승이 답했다.
“그 다음에 또 버려야 한다면 둘 중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식량이다. 예로부터 모든 사람은 죽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다면 그 민족은 존립할 수가 없다”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국민의 신의를 잃은 군주는 더 이상 국민을 통치할 자격이 없다.
“친구는 또 다른 나 자신이다”라고 했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양파처럼 작은 궁금증이 이제는 까면 깔수록 더하니 이건 양파가 아니라 양배추 수준이다. 그 깊이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베일에 싸여 하는 행동마다 알 수 없다. 오직 한 친구만이 아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입김으로 그 친구는 대한민국 기업 여기저기에 문어발식으로 부정한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탄핵심판에서 나온 유일한 반말이다. 그런데 반말도 때에 따라서 듣기 좋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 반말 한마디를 위해 국민은 한 마음이 되어 온 힘을 보태지 않았던가.
대통령 파면 후, 웃지 못 할 사건이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는 날 헤어롤 2개를 착용한 채 출근한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 스타일을 모방한 머리모양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정미 재판관이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그랬겠는가. 이 하나만으로도 판결에 대한 집중도를 알 수 있어서 탄핵 당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두 동생 외에 나는 가족이 없다. 나라와 결혼했다”는 말을 자주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청렴함과 애국심을 국민에게 호소해 많은 지지를 얻었다. 자신이 ‘혼자(?)’임을 강조하며 나라 살림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들도 싱글 여성인 점에서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친인척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한민국 첫 번째 혼족으로, 싱글로 성공적인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못하고 아쉽게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중략>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한 마디의 반말이 던지는 메시지는 전 국민의 목소리이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만든 원천적인 힘이다. 아무튼 뭉쳐야 산다. 혼족이 무성한 세상이 어떻게 될지 대통령만 봐도 결과를 알 수 있다. 결코 혼자여서는 안 된다. 가난해도 어려워도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 그래야 이 시끄러운 나라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지 않겠는가. 국민은 희망한다. 나라 살림을 맡긴 위정들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사실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풍자문학』발행인
김태봉 배상†

“잊었습니까? 국민을 대신하는 자리라는 것을….”
“바지사장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바지….”
2017/04/04 12:20:49 from 1.231.22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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