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땅통종주

*지은이 : 나 종 대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312쪽 / 본문 올컬러 인쇄

*판   형 : 신국판(A5) / 반양장

*정   가 : 16,000원

*출판일 : 2021725일

*ISBN   : 978-89-5959-545-7 (03980)

 이 책은?

해남 땅끝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350Km 땅통종주기
본서는 월간 <사람과 산>에 19개월 동안 인기리에 연재되었다.
 
본서는 일반적인 “백두대간 종주기” 와는 다른 이 책의 저자는 해남 땅끝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350Km를 종주기이다.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기존의 산행길을 재조명하여 <땅통종주>라 명명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의 큰 의미가 있다.
 
 책속으로... 
 
 추천사
 
땅통종주를 축하하며…
 
 
해남 땅끝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산줄기를 ‘땅통’이라 명명한 첫 완주자가 탄생했다.
『땅통종주』를 펴낸 나종대 씨가 주인공이다. 책을 펼치면 그가 밟고 지나간 산줄기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롯이 발품 팔아 쓴 종주 흔적이기에, 그와 함께 산줄기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글과 사진이 생생하다. 수많은 산줄기를 넘나드는 그의 고군분투는 절로 경외감이 들 정도다.
 
나종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 보기와 독서를 좋아했고, 한 권의 책을 내겠다는 꿈을 가졌다. 책 출간을 위해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펴내는 게 그리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더 부단히 노력했다. 이번엔 ‘백두에서 지리’를 아우르는 해남 땅끝에서 함북 온성까지 ‘삼천리금수강산’ 종주를 계획했다. 그러나 분단국가임을 감안해서 시작은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이름하여 땅통종주였다. 무려 1,350km 대장정이다.
 
전체 65구간을 약 2년에 걸쳐 20여 번의 산행으로 완주했다. 하루 평균 20여km를 걷는데, 때때로 4~5일간 추위와 어둠을 헤치고 100km가 넘는 산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완주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다. 벌집을 건들이기도, 멧돼지와 만나기도, 맹견에 쫓기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두 번의 봄, 여름, 가을과 한 번의 겨울을 품고 태어났다.
 
필자는 땅통종주 성공을 위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첫 문장을 되새기며 ‘건강, 재정, 아내와의 대화, 난관을 헤쳐나가는 판단력 등 수많은 위험 요소를 잘 극복해야겠다’고 끊임없이 다짐하며 걸었다. 또한 종주 내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온 산의 나무, 풀, 바람은 그대로인데 나그네처럼 나만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뇌하고 성찰했다.
 
홀로 산행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청취하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이솝 우화』까지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하루 종일 그의 동료가 되어줬고, 가슴에 문학에 대한 파고를 일으켰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땅통종주는 한 마디로 산과 책, 라디오가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땅통종주』는 총 3부로 구성된다. ‘땅끝에서 백두대간 영취산까지’, ‘지리산에서 이화령까지’, ‘이화령에서 통일전망대까지’다. 여기에 어렵게 이룬 네 가지 버킷리스트 경험담과 후기도 추가되어 있다. 특히 ‘첨부’에 실린 기획안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땅통종주의 성공적인 완주는 오로지 그의 철저한 계획에서 비롯됐다.
 
정년퇴직을 앞두었던 나종대 씨는 ‘산악작가’라는 제2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땅통종주를 계획했다. 10여 년의 산행과 두 번의 백두대간 종주 경험이 있던 그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자 한국사 시험 1급에 합격했고, 수많은 고전과 인문학 서적을 읽었다. 게다가 글쓰기와 사진 촬영 강습도받았다. 그리고 평생의 꿈이었던 책 출간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월간 <사람과 산>에 19개월 동안 기사를 연재해서 책으로 엮어냈다. 책 전반에 걸쳐 ‘어떻게 종주해야 하나?’ 하는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땅통종주』는 단순한 종주산행 가이드 책자가 아니다. 산줄기와 산자락 주변의 인문과 지리는 덤이다. 필자가 제15구간 강천산 구역을 지날 때 『산경표』 저자 여암 신경준 선생의 생가에 들러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신경준 선생이 족보 형태로 만든 『산경표』에 의해 우리는 물을 건너지 않고 전 국토를 등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또한 동학혁명 발상지 정읍의 산을 지날 때는 『실록 동학농민 혁명사』를 읽으며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걸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두 해 동안 땅통종주하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 얘기가 깃들어 있다.
 
함께 산행하거나 산에서 만난 사람들, 땅통종주를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 특히 부인과 새로 태어난 손자 등등. 휴머니즘이 책 전반에 가득하다. 필자는 『땅통종주』가 앞으로 하나의 붐이 되고 뒤따를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온성까지 가겠다는 큰 꿈도 품고 있다.
 
월간 <사람과 산> 편집장 강윤성
 
 
 
 
이 책의 본문
 
 
제1구간
땅끝-달마산-이진재-저담정농장/22.2km/12시간 54분
 
통일전망대를 향한 대장정 올라
2019년 4월 14일 새벽 3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드디어 종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가족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씻고 아내가 간밤에 차려놓은 식탁에 앉는다. 아내는 국까지 끓여 놓고 잠들었다. 이번 종주를 두고 아내는 걱정이 많았고 어렵게 동의했다. 국을 데우자니 아내의 따뜻한 격려와 애쓴 마음이 느껴진다.
 
광주버스터미널에서 해남 땅끝행 새벽 버스에 오른다. 영암, 해남을 거쳐 땅끝마을에 가까워지니 설악 공룡능선을 닮은 달마산이 보인다. 시작이 반이다. 그간 땅통종주 계획을 짜고 준비하던 시간이 새삼스럽다. 땅통종주는 해남 땅끝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산길이다. 지금까지 울트라 마라톤(622km)으로 도로를 따라 뛰거나, 국토대장정으로 그만한 길을 걸은 사람은 있다. 그러나 산길을 이어서 종주한 사람은 없다.
 
나는 기꺼이 첫 종주자가 되고 싶었다. 백두대간을 두 번 걸은 경험이 있는데 걸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간 중간에서 일정을 접고 내려온다. 진부령에는 숱한 종주자들의 아쉬움과 여망이 남아 있다. 그래서 한반도 산길은 그리움의 길이다. 늘 되풀이된다. 이번 종주의 끝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지만 북쪽으로 백두대간길이 열린다면 한반도 끝 함북 온성까지 종주를 완성하는 꿈을 꿔본다. 작년 한 해 달아오른 남북화해 분위기가 나를 달뜨게 했는지 모른다.
 
나는 거창한 배경 없이 몸과 마음이 가벼운 산악인이다. 몸이 간지럽다고 할까? 눈앞에 펼쳐진 길과 그 길을 걷는 행위가 주는 열증 같은 부추김을 떨치지 못한다. 내년이면 41년 근무한 회사를 떠난다. 그것이 내 생의 어떤 매듭이라는 걸 알지만, 새로 시작하는 발걸음을 일깨워보고 싶었다. 물론 퇴직 후 보상심리처럼 그간 꿈꾸던 많은 일들을 해보리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여생 동안 아주 많은 것을 해보지 못할 것이다. 많은 걸 하기보다 꼭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게 지혜로울지 모른다. 아름다운 산하를 걸으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에 서다
표지석 앞에 선다. ‘국토순례 시발지’ 표지판도 있다. 막다른 곳에 이른   아니라 바로 여기서 시작하려고 한다. 대장정을 기념하는 나만의 의식을 치르는 기분으로 새벽 미명에 휩싸인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사자봉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에 발을 딛는다. 2년 동안 1,350km를 치올라 갈 것이다.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1,000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2,000리로 잡아 선조들은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불렀다. 땅끝마을은 국토의 끝이 아니라 한반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땅통종주 코스는 땅끝기맥을 타고 호남정맥에 접속하여 영취산에서 백두대간을 만난다. 백두대간 전 구간을 타기 위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지리산, 속리산, 소백산을 거쳐 설악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을 타고, 죽변분맥으로 내려 통일전망대에서 여정을 마치려고 한다. 한 달에 네 구간을 탄다 해도 꼬박 2년 넘게 걸릴 것이다.
 
달마산은 해남군에서 천년 숲길로 잘 다듬어놓았다. 좌우로 바다가 보인다. 도솔암 가는 길에 가랑비가 날린다. 도솔암은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도를 닦으며 낙조를 즐겼던 곳이다. 도솔암에서 달마산까지는 연속된 암릉인데 운무가 짙어 연분홍 진달래와 암릉이 서로 색을 섞는 듯 신비롭다. 이런 풍경에는 조바심이 난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기로 연신 비경을 담는다. 4시가 넘으니 해가 나온다. 떡봉, 하숙골재, 대밭 삼거리를 지나 문바위가 나온다. 문바위를 넘을 때는 숨이 턱에 찬다.
 
달마산(불썬봉, 489m)의 이름 유래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고려 고종 때 남송의 배 한 척이 표류하여 가히 달마대사가 살고 있을 만한 산이라 하여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산은 높지 않으나 설악산 공룡능선만큼 난이도가 높다. 조망만 좋으면 달마산에서 한라산이 보인다는데 운무는 쉬 걷히지 않는다.
 
단단한 암릉을 인 산이 아직도 서너 개 남았다. 하룻길이 예정보다 늦어진 건 길이 험해서도 그렇지만 사진 찍는 데 시간을 많이 쓴 탓도 있다. 해는 기울고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가 관음봉 바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휴대폰 손전등에 의지해 겨우 이진재에 도착한다. 더 나아가기 어렵다.
GPS 위치를 체크하고 택시를 부른 뒤 마을까지는 임도를 탄다. 해남 월송리 저담정마을은 돼지를 집단 사육하는 산골이다. 돼지농장에서 기르는 검은 사냥개가 사납게 짖어댄다. 산마을에서 두려운 건 개 짖는 소리다. 내 존재가 산골을 온통 깨우는 것 같아 민망하다. 택시를 타고 해남 읍내 모텔에 첫날 여장을 푼다. 식당이 문 닫을 시간이라 숙소 앞 식당에 들어 복어탕을 먹는데 밥 두 공기가 허겁지겁 넘어간다.
 
- < 이하 생략> -
 
 
작가의 말
 
 
‘땅통종주’,
1,350km 사색 길을 걷다
 
6인 병실, 새벽 3시다. 커튼이 쳐지고 옆 병상의 곤한 숨소리가 들린다. 화장실을 가려고 어떻게든 일어서려는데 허리를 세우기 힘들다. 입원 사흘째. 허리 통증이 심해져 MRI를 찍었는데 2번 척추 압박골절이라고 한다. 침대를 짚고 몇 번 용을 쓰고 나서 겨우 몸을 가눈다. 장애인들은 일상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살겠지. 서랍에서 진통제를 꺼내 먹는다.
 
2018년 5월, 산악회의 주말 산행 중 소백산 금계능선에서 비탈길을 횡단하다 스틱이 부러져 구르고 말았다. 20m를 구르다 배낭 덕분에 겨우 멈췄다. 머리부터 살폈는데 돌이나 나무에 머리를 부딪지는 않아 ‘아, 살았구나!’ 하고 안도했다. 허겁지겁 사고 현장으로 내려온 산악회원 두 분이 “큰 돌이 굴러 내려오길래 많이 놀랐다”며 내 몸을 살폈다. 허리에서 격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화장실을 다녀와 침대에 누웠는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껏 살아온 과거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나는 가정 형편상 실업계인 상고에 진학했다. 소농의 8남매 중 여섯째로 밑으로 동생이 둘 있어서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스무 살에 한전에 입사했다. 서울에서 야간대학을 다니다 같은 직장의 눈 맑고 목소리 고운 서울 처자를 만났다. 몇 번 만나고 ‘바로 이 여자다’라는 확신이 들어 결혼하자는 장문의 손 편지를 보냈다. 지금으로 보면 프러포즈였다. 3학년 때 결혼했는데 나는 스물일곱, 아내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나는 지리부도 보기와 독서를 좋아했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없을 때였지만 한 권의 책을 쓰는 걸 소원했다. 고교 시절에는 역사 소설이나 전쟁 소설을 즐겨 읽어 마거릿 미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남긴 것처럼 장차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20대 후반에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태의 『남부군』 같은 걸출한 분단소설이 쏟아져 소설의 꿈은 뇌리에서 멀어져 갔다.
 
40대에 접어들어 아내와 테니스, 마라톤을 하게 되었고, 어느 날 우편함에 꽂힌 산악회가 주관하는 ‘울릉도 독도 여행’ 전단지를 보고 아내와 다녀오고부터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주말마다 산악회를 따라다녔고, 2012년 봄에는 나사모 산우회(=나사모산악회)에서 총무로 봉사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가는 백두대간 종주단에 참가했다. 진부령부터 지리산까지 남진하는 일정인데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32구간을 마쳤다. 2014년에는 산악회 회장 일도 맡아 제법 열성을 보였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한 권의 책’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백두대간 후기를 열심히 산악회 카페에 올렸으나 대절 버스에 실려 바닥 표식지까지 친절히 깔아주는 편한 산행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앞사람 쫓기 바쁜 산행이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한 권의 책’을 위해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하자고 결심하고 길에 오른게 2015년 5월이었다. 지리산에서 백두대간 북진을 시작했다. 시중에 있는 백두대간 책을 15권가량 사서 탐독하는 동안 2016년 6월 진부령에 닿았다. 책을 출판하려고 하니 이제는 후기와 사진의 질이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원고는 초고草稿 수준이었고, 사진은 기록 위주의 ‘이정표’ 사진이었다. 원고량이 부족하다는 출판사의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자료를 모아 채우다 보니 수정하는 게 새로 쓰는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7년에 산악회 산행대장을 맡다 보니 백두대간 책자 출판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다 2018년 봄, 소백산에서 사고를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땅통종주는 그때 입원한 병원에서 독서하는 와중에 구상한 것이다.
 
정진홍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보면,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침팬지와 98.77% 일치한다고 한다. 만일 인간에게 창의성이 없었다면  팬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백두대간 기록은 시중에 수십 권 나와 있으므로 땅통종주길을 최초로 걸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할 때 삼천리는 해남 땅끝에서 두만강이 흐르는 함경북도 온성까지다.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될 때였다. 땅통종주길을 오르다 보면 북녘 땅 백두대간도 열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결심에 한몫했다.
 
그러나 백두대간과 몇 차례 해외 산행으로 경비를 수월찮게 지출한 터라 아내의 이해가 관건이었다. ‘열정계획서’를 작성해 퇴직 후 연금 수입으로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과 아들딸도 취직했으니 퇴직 후의 삶을 구상하는 땅통종주를 하고 싶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 번 해보세요” 하고 동의해 주었다.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땅통종주 계획서’를 정성껏 작성했다.
 
2019년 봄부터 땅통종주를 시작하기로 하고, 남은 6개월 동안 스스로에게 세 가지 미션을 주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알기 위해 ‘한국사 시험’을 보고, 땅통종주 구간에 포함되지 않은 필자 고향인 ‘호남정맥(200km)’ 일부를 미리 걸으며, 종주 기록을 의미 있게 남기기 위해 산악 잡지에 종주기를 연재하기로 계획했다.
 
2018년 가을부터 호남정맥 1구간-섬진강 휴게소가 있는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시작하여 광양, 순천, 보성을 거쳐 땅통종주와 만나는 장흥 노적봉까지-을 걸었으며, 겨울 동안 한국사 시험 1급에 응시해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한국사 시험 당시 35세 이상은 교실에 나 혼자뿐이었는데 높은 점수를 받고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을 게 되었다. <사람과 산> 강윤성 편집장에게 계획서를 보내 어렵게 연재 승낙도 받았다.
 
2019년 4월 14일, 해남 땅끝에서 우리나라 최초 땅통종주길에 올랐다. 종주는 11개 국립공원을 거쳤다. 호남의 월출산, 무등산, 내장산과 백두대간의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을 거치는 장장 1,350km 대장정은 2020년 11월 1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마쳤다. 65구간으로 나누어 한 달에 주로 4구간씩 걸었으며, 종주기는 월간 <사람과 산>에 19개월 동안 연재되었다.
 
주로 1박 2일로 산행했으며, 하루에 21km가량 걸어야 하므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객이 다녀 오솔길처럼 잘 다듬어진 길에 ‘카프리  통종주’ 산행 리본을 달며 진행했다. 깊은 산속에 부는 바람과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영감이 뭉게뭉게 떠올랐다. 그러면 길가 쓰러진 나무나 바위에 걸터앉아 편지 쓰듯 메모장에 기록했고, 집에 돌아
와 그 자료로 매달 잡지 연재분을 썼다.
 
홀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41년간 회사라는 보호막에서 살았는데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했다. 생각이 끊기면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시 듣기로 청취하며 걸었다. 종주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산중에서 멧돼지를 만나 혼이 나고, 하산 길에 맹견 세 마리와 맞닥뜨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리산 종주 때는 감기 기운으로 열다섯 시간 걸려 힘들게 걸었고, 설악산에서는 너덜겅구간을 타다 다리에 쥐가 났으며 설상가상 어둠 속에서 길까지 잃었다. 이제 환갑이 지났으니 이렇게 무리한 산행은 그만해야겠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초심을 돌이키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돌이켜보니 종주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산행계획서’였다. 종주하는 2년 동안의 종주 기본 계획, 월간 및 주간 계획, 당일 산행계획서를 망라한다. 마음이란 시시때때로 변하게 마련인데 매주 월요일마다 주간 계획 시간표를 작성하면 한 주일 동안 할 일이 생겼고, 산행 시 당일 산행계획서를 가지고 가면 변수가 발생해도 대처하기 쉬웠다.
 
또한 땅통종주를 무사히 마친 건 아내의 도움이 컸다. 원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많은 경비가 소요됨에도 묵묵히 지켜봐 주고, 통화할 때마다 ‘건강 잘 챙기라’는 따스한 말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다. 객지 숙소에서 이른 새벽마다 내 몸을 일으킨 건 아내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들 진수, 며느리 지은, 딸 미수도 만나고 전화할 때마다 힘을 보태주었다. 땅통종주 중에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는 종주를 마친 작년 11월에 귀여운 손자 은율을 안겨주었고, 그 아이가 벌써 백일을 지났다.
 
홀로 외롭게 땅통종주하는 동안 동행 지원도 해주고 산악회 카페에서 댓글로 응원해 준 나사모 회원들과 중학 동창들, 종주 내내 잡지를 구독하면서 사랑을 보여준 친척들, 여동생과 매제, 친구들 그리고 책을 내는데 용기를 준 전성태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린다. 한솜미디어 대표와 편집부의 정성도 가슴 깊이 새긴다. 본문에서 역사 유래를 설명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항은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엮은 『답사여행의 길잡이』 시리즈를 주로 참고하였다.
글과 사진으로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독자와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걸었다. ‘한 권의 책’을 위해 세 번이나 백두대간을 걸었으므로 땀으로 쓴 책이라 말하고 싶다.
 
종주가 끝나고 <사람과 산> 가족들과 ‘땅통 쫑파티’를 가졌을 때 연재담당 문예진 기자님이 “땅끝에서 진부령까지 걸었으니 통일 되면 금강산, 백두산, 개마고원을 거쳐 두만강을 만나는 함북 온성까지 한반도 종주도 가능할 거예요”라고 덕담을 했지만, 통일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나이만 들어가니 내 생에 기회가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아내와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가끔 땀 흘려 걷던 땅통종주 산 너울이 보인다. 감회로 코끝이 찡해진다. 땅통종주에 빠져 책상에서, 버스에서, 산에서 보냈던 시간을 어찌 잊을까. 시간이라는 건 지나면 쓸데없어지는 소모품인데 그래도 삶의 한 대목에서 ‘내가 한 건 했구나’ 하는 자부심도 든다.
 
나는 특별히 풍족하거나 용기가 있지 않았고 체력마저 저질이었다. 그런 나를 움직이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꿈이지 않았을까? 삶을 꿈꾸고 산을 사랑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다. 미력하나마 내 기록이 땅통종주에 도전하실 분들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종대
 이 책의 차례
 
 
추천사 •땅통종주를 축하하며… _ 4
작가의 말 •‘땅통종주’, 1,350km 사색 길을 걷다 _ 7
 
1부 땅끝에서 백두대간 영취산까지
 
1. 두륜산 구간(1-4구간) _ 22
땅끝-달마산-두륜산-주작산-서기산-13번 국도
 
2. 월출산 구간(5-8구간) _ 34
13번 국도-월출산-활성산-국사봉-노적봉
 
3. 무등산 구간(9-12구간) _ 46
노적봉-국사봉-계당산-천운산-무등산-유둔재
 
4. 강천산 · 추월산 구간(13-16구간) _ 60
유둔재-괘일산-강천산-추월산-밀재
 
5. 내장산 구간(17-20구간) _ 72
밀재-도장봉-내장산-망대봉-고당산-구절재
 
6. 임실 옥정호 구간(21-24구간) _ 86
구절재-왕자산-오봉산(옥정호)-경각산-만덕산-모래재
 
7. 마이산 구간(25-28구간) _ 98
모래재-부귀산-마이산-장수 팔공산-장안산-영취산
 
2부 지리산에서 이화령까지
 
8. 지리산 구간(29-30구간) _ 108
중산리-지리산 천왕봉-성삼재-만복대-여원재
 
9. 덕유산 구간(31-34구간) _ 118
여원재-고남산-백운산-남덕유산-백암봉-신풍령
 
10. 전라 · 경상 · 충청 경계 삼도봉 구간(35-36구간) _ 130
신풍령-대덕산-삼도봉-우두령
 
11. 황악산 · 추풍령 구간(37-38구간) _ 142
우두령-황악산-괘방령-눌의산-추풍령-작점고개
 
12. 속리산 구간(39-42구간) _ 154
작점고개-웅이산-백학산-봉황산-속리산 천왕봉-늘재
 
13. 대야산 · 희양산 구간(43-45) _ 164
늘재-대야산-희양산-백화산-이화령
 
3부 이화령에서 통일전망대까지
 
14. 문경새재 구간(46-49구간) _ 180
이화령-조령산(문경새재)-대미산-황장산-도솔봉-죽령
 
15. 소백산 · 태백산 구간(50-53구간) _ 190
죽령-소백산 비로봉-선달산-태백산-함백산-삼수령
 
16. 덕항산 구간(54구간) _ 202
삼수령-덕항산-댓재
 
17. 두타산 구간(55-56구간) _ 214
댓재-두타산/청옥산-석병산-삽당령
 
18. 오대산 · 점봉산 구간(57-61구간) _ 222
삽당령-고루포기산-대관령-노인봉-오대산 두로봉-갈전곡봉-점봉산-한계령
 
19. 설악산 구간 · 고성 통일전망대 도착(62-65구간) _ 236
한계령-설악산 대청봉-신선봉-진부령-죽변산-고성 통일전망대
 
인터뷰
1,350km 땅통종주 최초 단독 종주한 나종대 씨 _ 250
“통일 되면 백두산을 거쳐 한반도 끝까지 걸을 터”
(월간 <사람과 산> / 글 : 문예진 기자 · 사진 : 정종원 기자)
 
부록
1. 버킷리스트 #1 : 지리산 태극종주 90.5km 경험담 _ 257
2. 버킷리스트 #2 : 백두대간 1 · 2차 종주 후기 _ 262
3. 버킷리스트 #3 : 설악산 태극종주 경험담 _ 284
4. 버킷리스트 #4 : 칼라파트라에서 에베레스트 일망무제 조망을 즐기다 _ 291
 
첨부
1. 땅통종주 기본 계획(안) _ 304
2. 땅통종주 1차 보완 계획(안) _ 310
 

 지은이 소개

지은이 _ 나종대
 
• 1960년생
• 광주상고,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2020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정년 퇴직
• 광주 나사모산우회장, 산행대장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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