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목장에 피는 노랑제비꽃

*지은이 : 윤여임(조란목장 공동대표)

*발행처 : 도서출판 한솜미디어

*쪽   수 : 222쪽 

*판   형 : 신A5(신국판)

*정   가 : 9,000원

*출판일 : 2006년 4월 10일

*ISBN   : 89-5959-027-4 03810

 이 책은?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작가는 평소 낙농일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박하게 써 내려갔다.
마치 젖소와 대화를 하듯이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식을 대하는 작가의 사랑과 애틋함이 읽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책머리에도 "생전에는 우유로 인간에게 양식이 되어 주고. 죽어서는 옷과 신발로 우리 곁에 머무는 세상의 모든 젖소들에게, 새벽부터 그들과의 생을 꾸리느라 여념이 없는 낙농 동지들에게, 우유를 먹으며 밝은 세상을 꿈꾸는 이 땅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이책을 드립니다"라고 간결하게 메시지를담았다.
 책속으로...

꿈속인가 아득한 음악소리가 알람이라는 걸 알아차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내외, 더듬거리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일은 새벽잠 많은 내게 매일매일 투쟁이다.
기지개를 켜며 심호흡을 크게 하고 목장으로 간다.
“얘들아!! 일어나자” 하고 말을 건네면 단잠 잔 녀석들이 느릿느릿 일어서며 참았던 오줌똥을 누느라 여기저기서 부산스러워지며 우리의 아침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365일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다른 하루를 여는 우리들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착유기를 전세척하기 위해 스위치를 올리고 밤새 잘 잤는지 구석구석 녀석들을 살피고 나서 착유에 들어간다. 소들이 착유실에 들어오면 따뜻한 수건으로 유방을 깨끗이 닦은 후에, 일단 젖꼭지에 고여 있던 젖들을 짜버린 다음 본격적으로 착유기로 젖을 짜기 시작한다. 기계를 대는 것과 동시에 힘차게 젖이 나오는 소들을 바라보는 것은 낙농을 하면서 가장 흐뭇한 순간이다. 밥을 주고 똥도 치우고 깨끗한 물을 줘야 하고, 그 밖의 셀 수 없는 크고 작은 작업들이 결실로 얻어지는 것이 바로 젖을 짜는 일이기 때문이다.
 
착유하기 위해 들어오는 소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젖을 내리게 하기 위해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규칙적인 맥동기 소리, 착유기 탈, 부착 때 나는 쉿~하는 소리와 대기하고 있는 소들을 부르는 경쾌한 휘파람 소리, 텐덤(한 마리씩 들어와서 젖을 짜고 나갈 수 있는 시스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소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들이 마치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생기를 불어 넣는 가운데 젖을 짜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우유를 짜는 시간은 소와 사람과의 교감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소들은 착유실에 들어오면서 이미 젖이 내리기 시작하므로 신속하게 젖을 짜는 것이 좋다. 뇌하수체에서 젖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시간은 고작 45초 내외이고 이것이 지속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착유를 마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1994년에 남편이 서툰 관리인 하나와 제대로 젖도 짤 줄 모르는 나를 두고 유럽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눈이 크고 순해 보이는 소였지만 막상 곁에 앉아서 젖을 짠다는 것은(파이프라인은 서 있는 소 옆에 앉아서 젖을 짠다) 덩치가 사람 열배도 넘는 녀석들 기세에 눌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 남편을 떠나보냈지만 소가 발이라도 슬쩍 들라치면 지레 놀라서 그만 우사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옷은 온통 오물 투성이가 되곤 했다.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모든 과정이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관리인한테 다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열사흘을 견뎌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젖을 짜러 들어갔다. 맥주를 한 잔 마시면 등도 훈훈해지고 뱃심도 좀 생겼다. 소 젖꼭지는 따뜻했지만 생각보다 좀 뻣뻣했다. 맨 처음 소 젖꼭지가 손에 닿았던 그 느낌은 아직도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찼지만 간신히 첫 번의 착유를 무사히 마쳤고 달력에 그려진 스물여섯개의 동그라미를 하나씩 지워 나갔다.
 
마지막 날 오전 착유를 마치고 기계실에 서 있는데 예고도 없이 한나절이나 빠르게 돌아와, 착유실로 들어 선 남편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 왔던 가장 멋진 모습이었다. 청바지에 연한 청 남방을 입고 감색 모직 재킷을 입은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엷은 피로감으로 약간 창백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눈이 부셨다. 나는 너무 놀라서 들고 있던 기계를 떨어뜨리고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 생애에서 가장 길었던 2주일간의 고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착유 실력은 이제는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일등 목부 실력이다.
 
젖을 짜는 일은 우리에게는 일종의 명상을 하는 의식과도 같다.
인도 출신의 녹색운동가인 사티쉬 쿠마르는 그의 암소 라드하의 젖 짜는 시간을 명상에 비유한다.
『나는 라드하와 아침마다 명상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침 일찍 마음을 다하여 라드하의 젖을 짜기 시작하면 모든 생각이 멈추어 버립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모두 정지해 버립니다. 그 순간만은 오로지 라드하만을 생각하며….』
<www.pressian.com 서연 ‘농막에 불을 켜고’>
 
이렇듯 우리는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그녀들과 마음을 나누며 젖 짜기에 전념한다. 아침저녁 열두 시간 간격으로 두 번 젖을 짜야 하는 것은 목장에서는 밥은 굶어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착유장 앞에 죽 서서 ‘명상’하자고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시계가 따로 없다.
 
- 본문 <새벽부터 ‘명상’하기> 중에서
 출판사 서평
 
저자가 가끔씩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서 질문을 해보면 젖소는 다 그냥 우유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러다 젖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포유동물의 암컷이고, 그 암컷이 낳은 새끼를 먹여서 키우기 위해 나오는 것이 젖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치고 나면 설왕설래를 하게 된단다.
 
아마도 암컷에게서 젖이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 어느 시점부터 젖이 나올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면 참석자들이 잘 모르겠다고 해서 한바탕씩 웃곤 한단다. 저자 같은 젖소 엄마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것은 그렇게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도시인에게 식사대용, 건강음료일 뿐이지 목장이라는 게 그저 생소할 뿐이지 않던가. 이 책에는 이러한 도시인이 미처 몰랐던 마음이 탁 트이는 드넓은 초원이 있고, 영특한 젖소가 있다. 또한 어떻게 우유가 우리들이 마시기전 과정까지를 한 번쯤은 꼭 알고 넘어가야할 상식들과 감동의 사연이 담겨있다.
 이 책의 차례
 
1. 어느 봄날의 소회(所懷)
새벽부터 ‘명상’하기    11
노랑제비꽃의 은유隱喩    16
3월에    19
어느 봄날의 소회所懷     26
감나무 스승      31
와이프를 구합니다        35
양재동에서 만난 청년     40
얘들아, 놀자!    45
우유는 사랑이라구요      49
취직 단상斷想    53
흑성산자락의 갤러리에서          57
 
2. 그 해 여름은
홀스타인 이야기          63
게비와 투투경卿          67
광란의 밤이 전해준 말    72
그 해 여름은     76
나는 서울이 좋다         83
누구 맘대로 잡초가 되어          87
순하고 동그란 감옥       91
소 한 마리       95
신화의 바다 하늘호수엔   99
하늘바라기      103
확실하게 촌놈 만들기    107
 
3. 회상에 젖어 부르는 노래
목장에 피는 노랑제비꽃  113
60일간의 휴가   119
달래 출산기出産記       123
대화    127
회상에 젖어 부르는 노래         131
소나무 유감     136
아름다움의 조건         141
엄마와 랑케     146
양순이 추억     151
우유는 사랑입니다       156
위스콘신에서 띄우는 편지        160
장래희망        165
 
4. 행복한 조란목장
각자는 무상치角者無上齒         173
똑똑한 바보들   177
행복한 조란목장         181
조사모삼론朝四暮三論    186
옛말은 정말 옳았다      191
하룻강아지 ‘다루’를 보며      196
연화야, 잘 가!  200
팔자에도 없는 그림읽기  205
또 다른 아들들에게      210
다람쥐 쳇바퀴는 삼백예순다섯 날         217
책을 내는 변명  221

 지은이 소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조란목장 공동대표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장 역임
한국농업전문학교 현장교수
농어촌 여성문학회원
2004 국제여성낙농인 포럼(IFWD)에 한국대표로 참석
월간 <피드저널> 현장에세이 연재중
 
E-mail : joyjoran@naver.com
happyj@joyjor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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