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한국백명산

*지은이 : 김 동 규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400쪽 

*판   형 : 국판(A5) / 반양장

*정   가 : 15,000원

*출판일 : 201875

*ISBN   : 978-89-5959-491-7 (03980)

 이 책은?

 
산 이름에는 우리 조상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이 땅의 시작이므로 갓뫼, 신과 같은 존재이므로 ‘감뫼’, 이 땅의 머리이므로 ‘머리뫼’, 빛을 주는 하늘과의 통로이므로 밝뫼, 땅이 하늘과 분리될 때의 깨끗한 상태로 남아 있으므로 선뫼, 높이 솟아 하늘에 가까워서 솔뫼, 이 땅과 나를 태어나게 했으므로 엄뫼·난뫼, 물과 같이 변화무쌍하므로 미르뫼, 비를 잉태하므로 구름뫼, 맑고 고운 산이므로 고운뫼….
 
같은 산을 두고 마을마다의 특성과 바람에 맞추어 이름을 달리 불렀다. 우리의 산은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이 모두이다. 이름이란 명명하는 순간 그 틀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교통이 많아지고 세상은 좁아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중들에 의해 하나로 수렴되어 간다. 그 과정은 개성의 발현이면서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계룡산은 밝뫼, 갓뫼, 미르뫼가 다투던 산이다. 닭은 볏이 빨개서 밝뫼이고 울음소리로 새벽을 여니 갓뫼이다. 여기에 미르뫼를 상징하는 용을 끌어들여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았다. 밝뫼와 솔뫼가 다투던 원주 치악산은 빨간 머리를 한 꿩이 상원사 높은 곳까지 올라와 종을 치게 했다.
높고도 밝은 산은 원주 고을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창녕군 영산면의 함박산과 영축산은 각각 밝뫼와 솔뫼이다.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나누어가진 이 두 산은 매년 정월 보름날(영산쇠머리대기 축제)이면 머리를 맞대어 하나가 된다.
 
바뀐 이름을 보면, 새로운 이름에 본래의 뜻을 어떻게 품을까 하는 고민이 묻어 있다. 한자 표기가 생기면서, 불교가 들어오면서, 또 유교가 들어오면서 이름은 큰 변동을 겪지만 당초 이름을 없애지 아니하고 여기저기 중복하여 실마리를 남겨놓고 있다.
 
울주군의 고헌산高獻山은 ‘고운산’이었다. 고헌사, 고원사, 고암사라는 비슷한 발음의 사찰이 무려 세 개씩이나 산을 감싸고 있고, 정상 바로 밑에 ‘고운산’이라는 봉우리를 남겨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방태산도 마찬가지이다. 내린천 쪽에 개인開仁약수와 함께 미산美山계곡이란 이름을 남기어 ‘고운산’과 ‘고운약수’임을 알려주고 있다. 해남 땅 끝의 돌산 ‘달마산’도 고운산으로 불렀다. 산의 옛말은 ‘뫼’ → ‘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운달이었다. ‘달’은 달마대사가 되어 봉우리로 올라가고 ‘고운’은 미황사美黃寺가 그 뜻을 잇고 있다. 월출산도 마찬가지다. ‘달’은 달(月)이 되어 산 위로 떠오르고 미암美岩마을과 미왕재가 고운산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식자들은 새로운 창조를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묘산卯山은 결코 난산卵山의 오자가 아니다. 덕분에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난뫼 → 알뫼 →난산卵山 → 묘산卯山 → 묘산妙算 → 묘향산妙香山 → 묘산猫山 → 괘뱅 → 계방산. 난뫼(卵山)에서 고고의 소리를 울리며 태어난 아이는 성장하여 과거를 보러 궤방령을 넘는다.
 
뫼가 우리들 생활터전이라면 ‘달’은 정신적 영역이 내포된 단어이다. 마을마다 산 이름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선뫼를 곁에 둔 마을은 선달마을·생달마을·입석마을·입암마을, ‘선’이 농촌에서 흔히 접하는 ‘삽’으로 바뀌어 삽다리·삽교마을이다. 구름산이 껴안은 마을이 구림마을이고, 밝뫼에 기댄 마을은 흰돌마을이다. 마을 입구의 선돌과 돌탑은 산을 우리 곁으로 오게 한 것이다. 고인돌은 고운산에 돌아가고자 한 우리 선조들의 바람이고, 돌하르방은 마을로 내려온 한라산이다.
 
나의 백명산 산행은 이렇게 이름을 찾아가는 길이었으며, 그 산의 본류를 찾아가는 길이었고, 선조들의 산에 대한 시각을 찾아내는 길이었다. 무조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산을 올려다보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산기슭 마을 주민들을 만나보고 주막에도 들러 그 고장 막걸리도 마셔보았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국토의 줄기를 이해하고 마을 이름의 유래까지 얻게 된 것은 당초 예상하지 못한 큰 수확이다.대상은 산림청 선정 백명산으로 하였다. 처음 글을 써보고자 한 용기는 김장호 님의 『한국백명산기』를 읽고 나서 얻었다.
 
지금은 산이 되신 김장호 님께 감사드린다.
밝게 빛나는 정발산 기슭, 일산 흰돌마을에서
팔공八公 김동규
- <마중글> 중에서 발췌
 
 책속으로... 
 
加里山 가리산 1,051m
 
“나가리 되었네.”
지난여름 호기롭게 가리산을 찾았으나 입구만 맴돌다 무더위에 지쳐 그냥 돌아왔을 때 고스톱을 좋아하는 아내가 한 말이다. ‘나가리’는 ‘무산되다’라는 뜻으로 가리산과는 관련 없는 일본말이다.
‘가리’란 무슨 뜻일까?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 우리말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가리산 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보는 산은 수평한 산등성이 위에 세 개의 노적가리가 쌓여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는 가리산이 많다. 지금 말하고 있는 홍천 이외에도 포천 가리산, 인제 가리봉, 정선의 가리왕산, 고성의 거류산과 그 밖의 많은 갈산도 이에 속한다. 왜 이렇게 산 이름에 ‘가리’란 말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을까? 큰장구실골로 들어서며 ‘가리’의 의미를 더듬어본다. 사람 신체에 아가리, 대가리, 눈까리(눈깔)가 있다. 그 밖에 ‘동가리’라는 말이 떠오르고, ‘가리’가 축약된 말이 ‘갈’이라면 갈고리·갈치·갈대·갈퀴·고깔이 있다. 길쭉한 타원형으로 끝부분이 뾰족하다는 것이 일치한다.
 
합수곡기점을 지나자 길은 능선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뀌고 된걸음을 멈추는데 공교롭게 갈참나무 앞이다. 그동안 산에서 수목표는 너무나 많이 보아온 터라 학명이니 쌍떡잎식물이니 하는 글씨는 뒷전이고, 시선은 나무껍질에 가서 박힌다. 깨달음의 순간이다. 줄기를 촘촘히 메운 직사각형 문양이 동공을 확 메워온다. 둥그런 문양의 껍질을 가진 굴참나무와 대비되면서 갈참나무 역시 ‘가리’란 말에서 나왔고 그 뜻은 기다란 것들을 의미했음을 확인한다.
 
용가리 가리가리 용가리 가리!
너와집 지붕으로 사용하는 굴참나무의 ‘굴’은 ‘둥글다’이다. 바다에서 나는 먹는 ‘굴’도 둥글고 땅의 ‘굴’도 둥글다. 굴렁쇠, 구멍, 공도 모두 ‘구리’다.
 
구리구리구리구리 너구리
구리구리구리구리 딱따구리
구리구리구리구리 쇠똥구리
구리구리구리구리 가위 바위 보!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완만해지고 예전에 화전민들이 사용했던 굴참나무 껍질 문양의 둥그런 샘터를 발견한다. 그들이 일구었던 밭의 흔적이 보이는데 계단식 밭은 갈참나무 껍질 문양과 동일한 직사각형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옆에 둥그런 샘이 있다. 디지털 세계는 1과 0으로 무한한 수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산에 불을 내어 농사를 일구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는 화전민이 아니었다. 직사각형 밭과 둥그런 샘은 대대손손 오랜 세월 정착해 온 일족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가삽고개에 이르자 소양강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누군가의 작품인지 통나무의 원래 생긴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벤치로 만들어놓았다. 이 형태 또한 ‘가리’이다. 가리산은 정상 부분을 제외한다면 완전한 직사각형 산이다. 통나무 벤치는 산 모양을 상징하는 셈이다. 드디어 갈고리, 고깔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 도구 ‘가리’의 뾰족하게 마무리되는 지점을 오를 차례다. 몸을 비틀며 철제 디딤틀을 딛고 오른다.
 
안전봉과 그 구멍 사이로 안전 밧줄이 이어지고 있다. 둘 다 그 모양을 보면 직사각형과 동그라미의 조합이다. 제1봉을 올라서 그보다 조금 낮은 2봉과 3봉을 확인한다. 정상석은 넓적한 가리 모양이다. 산등성이는 한없이 이어지고 북쪽 등성이 사이로 소양강 파란 물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서쪽이 육지의 섬이라는 품걸리 마을이다. 작년 여름 춘천에서 배를 타고 와서 이장이 불러 건네준 사이다를 마시고 무더위에 산행 포기를 선언했던 곳이다.
 
서쪽의 강우 레이더 관측소 건물 역시 커다란 기둥과 공 모양의 관측대가 가리와 구리의 조합이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하여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는 가리이고 당신은 구리야.”
“웬 뚱딴지예요? 여하튼 이번에는 나가리 아니네요. 뭔 소리인지 들어와서 자세히 이야기해 봐요!”
 
마음이 바쁜 하산길은 무쇠말재로 택하였다. 다시 갈림길 합수곡기점에 이르니 삼거리 쉼터에도 통나무 벤치가 길게 놓여 있다. 올라갈 때는 미처 못 보았던 것이다. 능선에 있던 것과는 달리 껍질이 그대로 붙어 있다. 직사각형 가리 문양이 선명한 갈참나무였다. 뒤돌아 산을 올려다보니 평평한 능선 위에 봉우리 세 개가 볼록하다. 봉우리 모양으로 봐서는 구리산이라고 해야 맞거늘 이상한 일이다.
 
평평한 산등성이와 볼록한 봉우리, 아하~ 알았다.
세상은 가리와 구리로 나뉜다. 가리는 끝이 있는 것, 구리는 끝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유한한 가리, 하느님이 계시는 하늘은 무한한 구리이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은 바로 가리의 마무리 지점이다. 그것을 산으로 본 것이다.
 
태백산 천제단은 원형이고, 땅을 상징하는 하단은 직사각형이었지! 용가리 가리가리 용가리 가리.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굴렁쇠처럼 가볍게 굴러간다.
굴참나무야, 고맙다! 갈참나무야, 안녕!
<이하생략>
 
 -  <본문> 중에서 발췌
 
 
 이 책의 차례
 
마중글 _ 4
가리산 _ 011
가리왕산 _ 015
가야산 _ 018
가지산 _ 021
감악산 _ 024
강천산 _ 027
계룡산 _ 030
계방산 _ 033
공작산 _ 037
관악산 _ 041
구병산 _ 045
금산 _ 048
금수산 _ 052
금오산 _ 055
금정산 _ 059
깃대봉(홍도) _ 063
남산(경주) _ 067
내연산 _ 070
내장산 _ 074
대둔산 _ 077
대암산 _ 080
대야산 _ 084
덕숭산 _ 087
덕유산 _ 090
덕항산 _ 093
도락산 _ 096
도봉산 _ 100
두륜산 _ 104
두타산 _ 107
마니산 _ 110
마이산 _ 114
명성산 _ 117
명지산 _ 120
모악산 _ 123
무등산 _ 127
무학산 _ 130
미륵산 _ 134
민주지산 _ 137
방장산 _ 141
방태산 _ 145
백덕산 _ 149
백암산 _ 152
백운산(광양) _ 156
백운산(정선) _ 159
백운산(포천) _ 162
변산 _ 166
북한산 _ 170
비슬산 _ 175
삼악산 _ 179
서대산 _ 183
선운산 _ 186
설악산 _ 190
성인봉(울릉도) _ 195 
 
 
소백산 _ 199
소요산 _ 202
속리산 _ 206
신불산 _ 209
연화산 _ 213
오대산 _ 216
오봉산 _ 220
용문산 _ 224
용화산 _ 228
운문산 _ 231
운악산 _ 234
운장산 _ 238
월악산 _ 241
월출산 _ 244
유명산 _ 248
응봉산 _ 251
장안산 _ 255
재약산 _ 259
적상산 _ 263
점봉산 _ 267
조계산 _ 271
주왕산 _ 274
주흘산 _ 278
지리산 _ 282
지이망산(사량도) _ 288
천관산 _ 292
천마산 _ 295
천성산 _ 299
천태산 _ 303
청량산 _ 307
추월산 _ 312
축령산 _ 315
치악산 _ 319
칠갑산 _ 323
태백산 _ 327
태화산 _ 331
팔공산 _ 335
팔봉산 _ 339
팔영산 _ 343
한라산 _ 347
화악산 _ 352
화왕산 _ 356
황매산 _ 360
황석산 _ 363
황악산 _ 367
황장산 _ 371
희양산 _ 374
 
맺음글 _ 377
참고서적 _ 381
 
 
 

 지은이 소개

지은이 _ 김동규
 
1954년생. 중동고등학교. 경희대산악회 회원.
국민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혼자서 네팔 히말라야를 걸었고,
그 경험담을 『히말라야를 걷는다』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산을 다니기 시작한 지 반백 년, 『한국백명산』은
내리막길에서 본 올라갈 때 못 본 그 산이다.
 
현재 『사람과 산』 객원편집위원, 해외트레킹 전문회사
『혜초여행사』 객원 가이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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