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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제국의 연인

*지은이 : 박 성 하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367쪽 

*판   형 : A5(국판) /반양장

*정   가 : 13,000원

*출판일 : 20211115일    <홈으로 가기>

*ISBN   : 978-89-5959-546-4 (03810) 

 이 책은?

특수전사령부 소속 현역 장교가 쓴
밀리터리 액션 로맨스!
 
현용 특수부대 전술에 기초한 전투 장면과
실제 사하라에서 복무한 작가의 아름다운 묘사
그리고 손끝에 가시처럼 아린 사랑.
이것들은 당신이 오늘 밤을 지새울 충분한 조건이 된다.
 
여행 중 납치되어 노예가 된 여자.
친구의 배신으로 죽음의 문턱에 선 남자.
세상의 경계 너머 사하라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음모 그리고 전투!
 

 

 이 책의 본문...

제1장 경계에서
 
 
모로코 탕헤르.
지브롤터 해협을 가운데 두고 스페인과 모로코, 유럽과 아프리카가 마주 선 곳. 고대부터 이슬람과 기독교의 제국들이 같은 신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서로를 침범하던 곳.
천 년도 훌쩍 넘는 그 옛날, 수많은 배들이 전사들을 싣고 떠나던 항구를 바라보며, 한지원은 모로칸 티를 마시고 있었다.
 
녹차를 진하게 우려낸 물에 과하게 들어간 설탕, 강한 향의 민트 잎을 으깨 넣은 모로칸 티는 너무 뜨겁고, 달았다. 하지만 그래서 모로코를 떠난 사람들에게 강한 추억을 남기는 것이기도 했다.
한지원은 불어교사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발령 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스페인을 돌아 지브롤터를 건너 지난 저녁 모로코로 들어왔다.
 
모로칸 티는 이제 두 번째 마시는 것이라 아직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여행 중엔 되도록 현지 음식과 문화에 적응해 보자는 게 그녀의 여행 철학이었다. 또 현지인들은 한여름, 지중해 남부의 더운 열기를 이기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그녀도 조금씩 입을 축이고 있었다.
 
시간은 이제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더운 열기로 피어오른 지브롤터의 수증기가 저녁 빛을 산란시켜 하늘이 보랏빛 섞인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구름이 만든 무늬가 바람과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했다. 지원은 붉은 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노을이 검게 변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메디나로 향했다.
 
카페에서 메디나 입구까지는 대략 15분 정도 걸렸다. 걷는 동안 여러 호객꾼들이 그녀 앞을 가로 막으며 저녁 식사를 권했다. 그녀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그럴 생각이 없노라 손을 내저었다.
차도는 넓고 길은 새로 닦은 것 같았다. 탕헤르는 옛날부터 북서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교류의 중심이었다. 모로코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 스페인과의 무역량이 많아지면서 탕헤르는 더욱 번성하게 되었고 오래된 항구로는 그 교역량을 소화하지 못해 외곽에 신항구를 만들고 도심지도 더 크게 만들었다. 그래서 탕헤르는 구항과 바로 뒤편의 메디나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신항구로 가는 길을 따라 꾸며진 신도심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녀는 신도심의 호텔에서 뜨거운 낮을 보내고 열기가 식은 저녁나절이 되어 구도심의 메디나로 들어가고 있었다.
 
메디나는 아랍어로 ‘도시’라는 의미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도심을 지칭한다. 그래서 아랍의 어느 도시건 메디나라는 푯말을 따라가면, 요새 같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지역에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자리 잡은 오래된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왁자한 광장을 중심으로 향신료와 그릇, 세공품 등 오만 가지 물건들을 파는 전통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주거지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고 한낮의 햇빛을 서로서로 가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이슬람 예배당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연결해 공동체를 강하게 지탱해 주는 역할도 했다. 다만 성곽이 둘러쳐져 외부로 커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인구가 늘수록 내부의 집들은 칸을 나눠 더 작아지고 골목은 더 좁아졌다. 그래서 오래된 메디나일수록 더 복잡한 미로를 만들었다. 그런 곳은 길을 잘 아는 가이드가 필수였다.
 
하지만 지원은 탕헤르의 메디나가 그 역사에 비해 초보자가 둘러보기 수월하다는 여행가이드 북의 설명을 믿고 혼자서 메디나로 들어섰다. 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에 불어가 통용되는 모로코는 불어교사가 될 지원에게 여행하기 쉬운 지역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수천 년간 유럽과 아프리카, 두 세계의 관문이 된 탕헤르. 수많은 이방인들을 품어주었고 떠나는 전사들과 선원들을 배웅했던 메디나는 오늘도 이방인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어둑해진 도시에 많은 전등들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그곳을 가득 쌓인 보물더미처럼 보이도록 했다.
 
지원이 들어선 메디나의 북쪽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오가는 목이 좋은 길로 큰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식당들은 길가에 모로코 전통 식기인 타진 그릇을 걸어놓고 자신들이 모로코 전통 요리의 정통 계승자라도 된다는 듯 관광객들을 꾀고 있었다. 아직 요기를 느끼지 않은 지원이 적극적인 호객꾼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식당가를 벗어나자 이번엔 오밀조밀한 세공품들을 만드는 공방거리가 나왔다.
 
첫 번째 가게에서는 갖가지 모양의 전등을 만들고 있었다. 삼각, 사각의 기하학적 무늬와 꽃과 나무 문양들이 들어간 전등들은 노란 전구를 품고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입은 질라바와 머리에 쓴 터번에 어리는 황금빛 문양들은 세상의 동쪽 끝에서 온 외국인을 천 년 전 시간으로 끌어들였다.
 
그다음 가게는 나무와 자기로 된 그릇을 팔고 있었다. 자기 그릇에 상감과 물감으로 그려 넣은 무늬들과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무늬들이 진열된 그릇들의 수만큼이나 수없이 반복되어 마치 만화경 속에 빠져든 듯 어지러웠다.
그 옆은 갖가지 향신료를 파는 집이었다. 빨간 고추와 노란 강황가루, 말린 꽃봉오리인 정향, 별 모양의 팔각, 아랍의 향 커민, 계피나무 껍질까지 만 가지 다양한 향신료에서 피어나는 강한 향이 들숨 한 번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지원은 한참 동안 이국의 빛과 향에 취해 골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휘황했던 빛들이 사라지고 길가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동양의 외국인 여자에게 보내는 눈빛이 반가운 관광객 손님이 아닌 낯선 침입자를 대하는 눈빛이었다. 지원은 관광지를 벗어나 현지인들의 주택가에 들어와 있던 것이었다.
 
불과 몇 분, 몇 십 미터의 거리 차이에 풍경은 확 바뀌어 있었다. 분명 같은 메디나 내부였지만, 관광객들이 찾는 곳 이면에는 수리하지 못한 오래된 집과 전등도 켜지 못하는 가난의 어둠, 배고픔에 기운을 잃어가는 눈빛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마법의 경계를 뚫고 침입한 유령이라도 되는 듯 지원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주민들의 반응에 지원도 긴장했다. 세상의 끝, 낯선 땅에 여자 혼자 들어와 있음을 자각했다.
지원은 옆으로 멘 천가방을 앞으로 당겨 꼭 쥐었다.
그때 모로코 남자 둘이 그녀의 앞뒤를 막아섰다. 지원은 갑작스런 그들의 등장에 당황했다.
“길을 잃으셨군요? 여긴 더 볼 게 없어요.”
그녀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말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겼을 키가 큰 청년이었다.
“아, 그런가요? 그럼 돌아가야겠네요.”
지원이 돌아서며 말했다.
 
“혼자서는 돌아가기 힘들 거예요, 우리가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까지 안내해 드리죠.”
지원의 뒤를 막아섰던 남자가 말했다. 그는 지원보다 키가 작았다.
“아니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낯선 남자들이 주는 위압감이 싫어 지원은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래요? 여긴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이랑 달라요. 위험하죠. 얼마 전에도 외국인 여행객들이 실종된 적이 있어요. 처음엔 길을 잃었겠죠. 당신처럼.”
처음 그녀의 앞을 막아선 키 큰 남자가 이제는 그녀의 뒤로 다가서면서 더 압박했다.
앞뒤로 막아선 남자들 때문에 지원은 꼼짝하지 못했다. 이들을 밀치고 벗어나려 해도 팔을 벌리면 양쪽 벽이 닿을 만큼 골목이 너무 좁았다.
 
두 남자의 희롱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지원의 뒤에 선 키 큰 남자는 몸을 더 밀착해 그녀의 뒤에 바짝 다가섰고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 코에 댔다. 그리고 앞에 선 키 작은 남자는 그녀의 천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우린 여기서 나고 자랐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 우리 친척들이죠. 우린 당신을 여기서 안전하게 나가게 해줄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두 남자가 지원을 희롱하는 사이 세 명의 남자가 더 모여들었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은 꽉 막혀 전혀 도망갈 틈이 없었다.
지원은 손이 떨렸다. 그리고 가방을 더 힘주어 잡으며 손의 떨림을 감췄다.
“아니요. 혼자 나갈 수 있어요.”
지원은 더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떨림을 감추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앞뒤를 가로막은 남자들의 태도도 분명해졌다.
“그럼 이 가방은 놓고 가시죠.”
앞의 남자가 가방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고 뒤에 서 있는 남자는 그녀의 팔을 잡아 뒤로 꺾었다.
그때였다.
“어이, 거기 뭐야? 사내들이 가여운 여자 분을 희롱하면 쓰나? 데이트 신청이라면 신사적으로 해야지?”
지원을 희롱하는 남자들 뒤쪽에서 덩치가 큰 또 다른 두 남자의 윤곽이 성큼성큼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들 쪽으로 다가온 남자들 중 한 명은 이 지역 사람인 것 같았고 한 명은 동유럽 출신인 것 같았다.
“뭐야, 넌? 왜 남의 일에 끼고 그래?”
“같은 지역 사람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으면 말려야 하지 않겠어?”
그들은 아랍어로 한참 말싸움을 했다. 지원은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불량배들이 나중에 온 남자들을 밀치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뒤로 물러난 지원은 잊힌 듯했다. 그래도 험악해진 분위기에 기가 눌린 지원은 그 자리에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괜찮아요?”
분명 지원의 뒤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지원은 그녀를 짓누르던 공포의 상황에서 들린 한국말에 놀라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검은 머리, 노란 얼굴의 동양인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예, 괜찮아요. 아직은…”
지원은 그런 자신의 표정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그 남자는 지원을 지나 몸싸움을 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처음 지원을 희롱한 키 큰 남자의 뒷덜미를 잡더니 왼쪽 뒷무릎을 밟아 무릎을 꿇리고 왼손으로는 키 작은 남자의 오른 손목을 꺾어 제압했다. 순식간에 한 남자에게 제압당한 두 불한당은 반항하려 하다가도 잡힌 손목과 밟힌 무릎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면바지에 반팔 폴로티를 입은 한국 남자는 마른 듯했지만 힘을 줄 때마다 움직이는 근육과 힘줄이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알리, 빈코, 뭘 그렇게 꾸물대. 길 터. 나가자.”
한국 남자는 나중에 온 두 남자에게 불어로 소리쳤다. 셋은 친구 사이인 것 같았다.
“빈코, 차 중사님이 길을 열라신다!”
이 지역 출신 알리가 동유럽 출신 빈코에게 신호를 하며 불량배들에게 주먹을 날리자 빈코도 옆에 있던 불량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하자 불량배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역시 전술적이야. 우리가 앞에서 시선을 빼앗는 동안 뒤에서 기습하다니. 대~단하신 차 중사님.”
알리는 한국 남자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지원에게 다가왔다.
“제2외인공수연대 상병 알리, 아름다운 아가씨를 지금부터는 우리 외인부대 전사들이 모시겠습니다.”
알리는 지원에게도 거수경례를 올리더니 불한당들을 피해 지원이 골목을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며 에스코트했다.
지원은 차 중사라는 남자를 보며 풀어졌던 마음과 프랑스 외인부대 소속 군인이라는 소개에 선뜻 알리의 안내를 받아들였다.
차 중사는 마지막까지 쓰러진 불량배들을 감시하다가 지원 일행이 불한당들을 피해 길을 벗어나자 자리를 떠났다. 불량배들도 차 중사의 완력과 외인부대원이라는 배경에 주눅이 들어 더 반항하지 않고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본문> 중에서 발췌.
 
 이 책의 차례 
 
1장·경계에서 _ 7
2장·침범 _ 121
3장·반격 _ 219
4장·작전 _ 289
 

 지은이 소개

박성하
 
15년 넘게 군에서 복무하고 있는 현역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남미,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등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군화 신고 지구 한 바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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