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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당신은 부러운 사람
*지은이
: 박오선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192쪽
*판
형
: A5(국판) / 반양장본
*정
가
: 13,000원
*출판일
: 2024년 5월 30일 / 문학 에세이
*ISBN
:
978-89-5959-586-0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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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 지난해 9월 20일 딸과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 이곳이 다소 떨어진 곳이라 교통편이 불편해서 근처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바삐 서둘렀지요.
- 출발 시간이 있는 버스라서 버스가 떠나면 30분 정도 기다리거나 좀 더 떨어진 정거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수고가 있기에 놓치지 않으려 급히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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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남은 출발 시간을 채우는 동안 기사님은 버스에서 내려 인도에 계셨습니다.
- 얼른 버스를 타고 보니 몇 분 승객이 앉아 계시고 출발 2분 정도 남았더군요.
- 난 2인승 요금을 내야 하기에 기사님께 다인승을 주문하니 잠깐 기다리라 하십니다.
- 잠시라도 대지의 기운을 받으시려는지 바깥에서 머뭇거리시기에 나도 하는 수 없이 기다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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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또 다른 버스가 들어왔습니다.
- 그 차는 머무르지 않고 승객만 내려 주고 되돌아 나가는 버스라서 방향을 바꿔서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넓은 주차장을 회전하다가 하필 내가 탄 버스를 들이박았습니다.
- 그 바람에 버스가 앞으로 몰렸다가 제자리로 덜컹 내려앉으며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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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려는데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 그 시간 나는 이제까지 살아온 이전의 세계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순간 이동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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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나를 초대한 그 세상”에서 있었던 일을 모아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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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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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들어가는 말 _ 4
01 입안에서 솟는 샘물 _ 10
02 밥 신님과 접신 _ 20
03 오케스트라 단원 _ 24
04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_ 30
05 똥 이야기 _ 36
06 당신은 부러운 사람입니다 _ 42
07 굼벵이의 노래 _ 46
08 강원도 평창으로 오세요 _ 50
09 삶은 땅콩 _ 56
10 6살 꼬마 신동 _ 60
11 관구장 신부님 _ 68
12 감마선 카메라 _ 76
13 의문의 할머니 _ 82
14 키르기스스탄 _ 88
15 사랑하는 진정한 벗이 있나요 _ 92
16 하늘을 봅니다 _ 96
17 나를 알리는 말 그릇 _ 100
18 사고의 유연성 _ 106
19 안나의 고국은 _ 110
20 황홀한 시간 _ 116
21 좋은 아침입니다 _ 120
22 유감스러운 시간 _ 128
23 디즈니랜드 _ 136
24 대상포진 _ 144
25 수녀님 _ 148
26 내가 키우는 개 _ 154
27 녹명과 하울링 _ 160
28 그녀는 사업가 _ 166
29 카니발 _ 174
30 막가파 _ 178
글을 마치면서 _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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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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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안에서 솟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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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신음하는 나를 보고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교통사고라고 소리치자 기사님이 오시고, 119를 불렸으니 잠깐 기다리라 했습니다.
- 딸을 돌려보내고 바닥에서 신음하는데 구급차가 왔습니다.
- 구급요원들이 나를 들것에 실어 차에 옮기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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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돌릴 수 있나요. 발목과 손목도 돌릴 수 있을까요?”
- “그것은 가능한 것 같아요.” 대답하자.
- 주민등록증으로 신분 확인을 하고는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 시간이 갈수록 고통은 점점 더 가중되어 가며 작은 흔들림에도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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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나의 의지는 사라지고 이상한 세계에서 원격조정 당하는 육신으로만 존재하였습니다. 병원에서의 모든 일을 의료진이 대신했어요.
-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이리저리 끌어다가 엑스레이를 찍었고 누군가가 오더니 무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절대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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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누군가는 병동으로 가야한다며 이동침대로 이리저리 끌어다가 17병동 6호실로 들려 보냈습니다. 그중 끝에 있는 작은방 침상 위로 나를 얹어 놓았습니다.
- 생각해 보니 이제껏 천장만 보고 있어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데 다행한 것은 창문 옆에 내 침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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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간호사가 와서 보호자가 오느냐 물었고 없다고 하니 간병인을 부르라며 간병인협회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빨리하라며 재촉했습니다. 또다시 절대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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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하니 대기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다른 번호를 가져다주었고 마침 한 사람이 30분 안에 도착하겠다고 했습니다. 난 좀 의아했습니다. 간호는 간호사가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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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는 사이 소변이 급해서 간호사한테 소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 나는 그들이 간이 소변기를 들고 오는가 했는데 “소변줄 달아드릴게요”라고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더니 서슴없이 그가 내게 이물질을 삽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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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마이 갓!”
- 이 말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
- 순진하기 짝이 없는 나는 “소변은 어떻게 하나요?” 하니까.
- “소변은 이미 나와서 줄을 타고 통속에 들어가 있어요”라는 것입니다.
- 세상에! 이런 행동은 나의 의지로 작동되는 내 영역인 줄 알았는데 소변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는 이상한 나라에 완전히 진입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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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에 한 여자가 커튼을 열더니
- “안녕하세요. 간병인 조안나입니다”하며 들어섰습니다.
- “제가 많이 다쳤어요. 잘 도와주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 이럭저럭 이 세계에 들어서는 신고식은 마쳤는데 내겐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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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문제입니다. 갑자기 아는 사람도 없고 산천초목도 생소한 이 지방에 온 이유는 오직 딸 때문이었으니까요.
- 부모 사후 자녀를 돌보아 주는 것을 목표로 민간인 주도로 장애인공동체 마을을 만든다고 해서 편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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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딸은 정신지체장애 2급입니다.
- 내가 없으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부족한데 이곳에 있으니 어찌하란 말인가요.
-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 내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 내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나의 무능함에 눈물이 하염없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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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 고문처럼 가해지는 고통으로는 꿈쩍도 안했던 울음이 그냥 쏟아지네요.
- 이 작은 눈 속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수분을 품고 있었을까 모르겠어요.
- 처음 방문한 이 나라에서는 포획한 포로가 ‘쇼생크 탈출’이라도 감행할까 봐서인지
- 전신을 고통의 갑주로 두 겹 세 겹 옭아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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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끝에 서울에 있는 언니와 동생한테 전화했습니다.
- 즉시 글라라는 어떻게 하니? 하며 깊은 걱정을 토해냅니다.
- 잠시만 돌봐 주세요. 또 다른 방법을 찾기까지요.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 하필 추석연휴 며칠 전이니 말입니다.
- 그럼에도 와주기로 하십니다.
- 여기까지가 그날 아침에 집에서 나와 2시간도 되지 않은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 만약에 내가 2분만 늦게 나와서 그 버스를 타지 않았으면 어찌되었을까.
- 기사님이 바로 조작해 주셔서 자리에 앉았더라면 괜찮았을까?
- 지나간 시간을 다시 반추해보다가 그만두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내게 새로운 세계의 모험이 필요했던가보다 라고 자위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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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 후 동생과 언니가 오셨습니다.
-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나의 모습과 형편에 깊이 한숨만 쉬며 말을 잃었습니다.
-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그냥 가만히 서 있는 동생한테 간병인이 말합니다.
- 필요한 물품이 있어요. 준비해 주세요, 하며 성인용 기저귀, 깔개, 비닐장갑, 물티슈 등등
- 듣기조차 거북해서 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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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세계는 왜 하필 나를 선택했을까?
- 하루빨리 나의 세계로 다시 가야할 텐데 할 수 있을까?
- 또다시 반문해 봅니다.
- 언니는 딸을 맞으러 먼저 집에 가시고 한참 후에 동생이 한 보따리 물품을 갖고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 “걱정하지 마. 글라라와 잘 지낼게. 몸을 잘 돌보고 하루빨리 집으로 오세요”하며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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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남은 나는 끝도 없이 조여 오는 고통과 맞서야 했습니다.
- 가만히 누워 있으니 체중이 등에 실려 몸이 바닥에 박히는 듯싶고 다리는 폭탄으로 부서지는 파편이 되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 마침 회진을 오신 선생님께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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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이 너무너무 아파요”하니까 무심하게
- “옆으로 돌아눕는 것은 됩니다. 잘 누워 계시다가 더 아프면 진통제 맞으세요.”
- “왜 이렇게 아프지요.”
- “골절이라 했잖아요.”
- “어디가 골절인가요?”
- 나는 아픔 속에서 허둥거렸습니다.
- “척추 골절이라고 응급실에서 말했잖아요.”
- 그리고는 쓸데없이 말이 많다는 듯이 쌩하게 사라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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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장터 같았던 응급실에서 어떤 사람이 골절이라 했던 말이 내게 한 말이었다는 것입니다.
- 몸도 아프지만 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 물론 내 아픔을 나눌 수는 없지만 이젠 맘도 품어야 할 것이라는 무게가 더 가슴 아팠습니다.
- 난 하루 종일 낮과 밤을 지새우며 앓았습니다.
- 옆으로 돌아누우려 해도 다리가 협조하지 않네요.
- 간신히 끌어다 옆으로 돌리면 고관절부터 시작되는 다리의 통증이 온몸을 마비시키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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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주님. 왜 제게 이렇게 하시나요. 이러시지 마세요.
- 몸뚱이가 서로 날뛰는 것 같아서 너무나 힘들어요.
-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 주기도문을 수도 없이 읊조리며 저 좀 살려 주세요, 호소에 호소를 거듭 거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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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설핏 잠들었다 다시 깨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 내 입안에서 샘물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샘물이 퐁퐁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 샘물은 노래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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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뿐
-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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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 생명 주옵시며
- 주 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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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 내 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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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 생명 주옵시며
- 주 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
- 신기한 것은 이 성가는 많이 부른 것도 아니라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샘물이 솟아 나오듯 입안에서 그냥 끝없이 솟았습니다.
- 몽롱한 가운데 끝없이 솟는 성가 샘물로 왠지 힘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제 부르짖음을 들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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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 나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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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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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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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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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_ 박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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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 30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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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70고개를 살아가던 어느 날
-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 척추골절로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과
- 심한 아픔에 끝없이 신음했습니다.
- 그러다가 내가 마주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 피할 수 없음과 함께하려고 마음을 돌렸습니다.
- 병실에 있는 또 다른 환자들을
- 소리로 만났습니다.
-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소리와 느낌으로
- 식별하면서 끝없이 기억 속에 각인시켰습니다.
- 할 일이 있는 하루는 아픔이
- 조금씩 덜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 그러면서 건강의 중요성, 이웃의 고마움,
- 신의 존재를 알게 된 시간도 되었습니다.
- 이제는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 그래서 기억 속에 각인되었던 것들을
- 세상 속으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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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로는
- 지적장애인 딸을 둔 부모의 심정을 그린
- 『서른일곱 소녀 글라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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