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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도란도란

*지은이 : 민유자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254쪽 / 본문 흑백인쇄

*판   형 : 국판(A5) / 반양장

*정   가 : 12,000원

*출판일 : 2021630일   

*ISBN   : 978-89-5959-544 0 03810

 이 책은?
 
사위가 고요한 시간, 저고리 고름을 풀고,
여몄던 앞섶을 살며시 열고 도란도란.
마음의 저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리고
오래된 젖은 책을 길어 올린다.
갈피마다 새겨진 사연들, 책장마다 얼룩진 무늬들.
물그림자 비춰보듯, 흔들리는 물결에
어리는 내 모습을 찾는다.
 
도란도란하다가 눈꺼풀이 파르르!
도란도란하다가 가슴속이 찌잉!
도란도란하다가 눈물이 핑글!
도란도란하다가 빙그레!
 
어느 날, 내가 너무 무거운 걸 깨달았다.
가벼워지고 싶었다.
가슴을 열고 퍼내기로 마음 먹었다.
 
  - 본문 <머리말> 중에서 발췌
 
 책속으로... 
 
100살의 이층장
 
어머니 평생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고가구 이층장. 백통 장식은 물론 그 장식을 붙이는 데 쓰인 새끼손톱 길이보다도 짧은 못까지 장인의 손으로 두드려 만든 수제 장롱이다.
 
1906년생 어머니는 백수를 하고도 저 세상에 가신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굴곡과 매듭 많은 근세사를 모두 감내하신 생애다. 한일합방의 치욕과 일제 강점기의 수난, 혼란 속의 해방, 포화와 불길 속에서 생사를 넘나든 육이오전쟁, 그 소용돌이 모두를 용케도 어머니와 함께 겪어낸 이 장롱은 지금까지 건재하니 참 귀하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 재건되는 도시 상황에 따라 이사를 다니기도 여러 번이나, 그보다도 우리가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이 이층장도 어머니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왔다. 미국에 와서도 40년 동안 이사를 네 번이나 하며 옮겨왔다.
이 장롱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본견 겨울 한복들과 여름 흰 모시 적삼과 깨끼 옥색 치마가 들어 있다. 아끼느라 다 신지 못한 진솔 버선 몇 켤레, 수놓인 일제 양산, 수달피 숄이 좀약과 함께 고이 잠자고 있다. 험난한 세월을 견뎌오며 낡아서 칠이 좀 벗겨지고 장식도 부식되어 반짝이는 빛을 잃고 쪽이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다.
이 이층장 전면은 밋밋한 널빤지를 사용하지 않고 작은 졸대로 입체감 있게 모자이크 되어 있다. 아래층 두 쪽 문에는 자개 공예로 큰 화병에 매화가 탐스레 꽂혀 있고 한 마리 새는 가지 끝에 앉고 한 마리 새는 막 날아드는 화조도가 있다. 역시 자개 무늬로 이 화조도를 싸고 있는 가느다란 실금의 사각 둘레에는 네 모서리에 태극 문양이 있다.
이층 네 쪽 문에 붙어있는 거울에는 아래쪽에 대나무가 조각되어 있고 위쪽에 동전 크기의 볼록거울이 맑은 달처럼 떠있다. 거울의 위는 자개로 두 마리의 봉황이 아치형으로 마주보게 새겨져있다.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짜임새 있는 모습이 당시에도 드물었을 장인의 세련된 솜씨를 짐작케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한국의 고가구 시장을 둘러보니 요즘 새로 만든 고가구는 화려한 반면, 진품의 옛날 고가구는 단순한 디자인이 많고 이것처럼 아름다운 자태와 매무새를 갖춘 것은 찾기 힘들었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만 해도 이층장은 실용적인 쓰임새로만 취급되었다.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나서, 이사하면서 작은 집으로 오니 어머니 방이 없어지고 이 장롱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거실에 두기도 서재에 두기도 모양새가 어정쩡했다. 어머니 평생의 셀 수 없는 수많은 손길이 이 장에 스치고 닿았을 것을 생각하니 선뜻 없앨 수도 없어 안방에 들여놓았다. 아래층엔 어머니 유품이 들어 있고, 이층에 겨울옷을 넣고 쓰니 쓰임새가 퍽 좋다. 안쪽에 칸막이가 없는 궤 모양이라 부피가 큰 겨울옷들이 꽤 많이 들어간다.
이 이층장이 한 세기를 살아내어 나이가 백수에 가깝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늙어서 낡고 빛바랜 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홀연히 눈이 밝아져 그 바랜 빛이 고색창연한 은은함으로 새롭게 다가든다.
그 옛날 한때는 이 장롱이 안방에 놓여 있음에 상당한 고가의 알찬 살림살이로 어머니 어깨를 으쓱하게 했을 터다. 이제 이 장롱은 장수하신 어머니의 전설 같은 한평생을 함께 살아내고, 애지중지하던 주인을 잃고도 아직 건재하며, 그 가치가 날이 갈수록 더하고 있다. 이 장을 만든 장인도 세상을 등진 지 반세기는 지났을 게다. 허나 장인의 정성과 혼이 담긴 예술품은 장수하며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 이제부터는 이 이층장을 더 이상 고물 취급하지 말고 골동품 격에 맞게 곱고 소중하게 다루어야겠다.
 
바라기는 내 노년의 삶도 이 이층장 같을 수 있을까? 긴 세월의 옷을 입은 고로 백통 장식이 반짝이는 빛을 잃었고, 어느 부분 쪽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고, 나무는 바짝 말라 가벼워져서 무거운 것을 담을 수 없이 사그랑거린다. 생각 없이 언뜻 보면 없애도 좋을 빛바랜 고물이지만 격을 갖춘 심미안으로 보면 그윽한 예스러움으로 골동품의 보배가 된다. 쓸모가 아니더라도 존재 자체에 그 가치가 있다.
다짐하건대, 비록 빛나던 육체의 젊음은 날로 멀어져 가더라도 해묵은 세월이 건네준 관조, 초월, 사랑, 비움을 더욱 꼭 붙잡고 시시로 실천하며 마음 근육을 키우도록 노력해야겠다.
 
 - <이하 생략> <본문> 중에서 발췌
 
 차례
 
머리말 – 수필집을 내면서 _ 5
 
제1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새해엔 더 많이 웃자 _ 12
100살의 이층장 _ 15
효부 _ 18
환갑날의 소묘(素描) _ 22
일소행(日小幸) _ 26
빛바랜 사진 한 장 _ 29
된장녀 _ 34
우리 가락과의 조우 _ 37
음식문화와 냄새 _ 41
모자일까 신발일까? _ 45
갈등의 출구 _ 48
코로나의 질주 _ 51
백의민족 _ 54
 
제2부 열리지 않는 문
함무니의 행복 _ 60
사랑하는 까닭에 _ 64
삶의 균형 _ 68
세월의 꽃 _ 72
우물 안 개구리의 세상 구경 _ 75
나팔꽃 _ 78
작은 새 _ 82
물 사랑 _ 86
집으로 가는 길 _ 90
놀랄 일도 아닌 일 _ 95
천상의 과일 _ 98
서리꽃 _ 101
흠모하는 마음으로 _ 104
 
제3부 타오르는 문학, 인생의 불꽃
인생의 조각보 _ 110
모둠냄비 _ 113
닮고 싶은 심성 _ 117
가을에 생각나는 한 친구 _ 120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_ 124
은사시 단풍 _ 128
수선화와 봄맛 _ 132
달즙 _ 135
비익연리(比翼連理) _ 138
그러니언(Grunion)을 보려고 _ 141
초여름의 바다 축제 _ 144
여우볕 행운 _ 149
우선순위를 찾아라 _ 152
세도나(Sedona) _ 155
 
제4부 사막에 출렁이는 오아시스
생존은 전투다 _ 164
서글픈 코미디 _ 167
벗는 계절 _ 170
쓴 뿌리 _ 173
이상한 피크닉 데이트 _ 176
오염된 일상어 _ 180
못난이 _ 183
걸음마 _ 186
걸치기와 얼치기 _ 189
축소형 팜트리 _ 192
발의 충성 _ 195
언더스탠드 _ 199
난 누구를 무엇으로 _ 202
 
제5부 수필 천지(天池)에 투영된 자화상
‘기생충’에 박수를 _ 206
달가운 형벌 _ 209
장구하라 방탄소년단 _ 212
감사의 조건 _ 215
아리랑을 부르며 _ 218
금잔의 축제 _ 221
아침에 눈을 뜨니 웬 낯선 남자가 _ 225
아름다운 발 _ 229
거울 속의 여인 _ 232
생기 충만한 초여름 저녁에 _ 235
저 달이 그 달 _ 238
쓸 만한 권고 _ 241
 
발문 – 뜬금없이 진솔한 문학과 인생 투시도(透視圖) _ 245
- 홍승주(문예비평가)
 

 지은이 소개 

지은이 _ 樹香 민유자
 
1945년 서울 출생
1980년 미국 이주
2003년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 수기부문 입상
2006년 미주 문학세계 17호 수필 신인상
2007년 한국 미래문학 17호 수필 신인상
2016년 해외문학 시 신인상
2018년 미주 한국 소설 신인상
 
<저서>
2018년 시집『왕도 안 부럽소』발간
2018년부터 미주 중앙일보 칼럼『이 아침에』집필
 
현재 California, Cypress 거주
* 본 도서는 교보,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전국 유명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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